[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언제쯤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끝없는 부진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내년부터 불어올 '친환경 선박' 바람을 타고 스테인리스강(STS)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26일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배재탁 회장을 비롯해 대한금속 재료학회 김성준 회장, 한국부식 방식학회 이성민 회장, 포스코인터내셔널 STS사업부 유규천 대표 등 국내 주요 STS 업체와 유관단체 임원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19년도 STS 산업발전'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STS 제품의 신수요 창출과 보급, 확산 등 국내 STS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1996년 출범한 수요개발 협의체다. STS 생산과 유통, 가공업체 등 유관단체 52개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국내 STS 산업의 향후 전망은 다소 어두웠다. 배재탁 회장도 개회사에서 "최근 국내 STS 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에서 야기된 저가 수입재 증가와 각국의 통상규제 강화, 국내 수요산업의 부진이라는 삼중고에 더해 해외 대형 업체의 국내 설비투자 시도라는 악재까지 겹친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상황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26일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19년도 스테인리스강산업발전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26일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19년도 스테인리스강산업발전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그렇다고 국내 철강 업계의 앞날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친환경 선박의 증가로 STS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IMO는 지난 2008년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단계별로 줄이는 저감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IMO에 가입된 모든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20년에는 20%, 2025년에는 30% 이상 줄여야 한다.

현재 온실가스 저감 대책으로 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저유황유다. 최근 스위스 연방은행(UBS)이 실시한 온실가스 저감대책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규제에 맞는 저유황유를 사용하겠다"는 선사가 68%에 달했다.

저유황유는 유황성분이 1% 이하인 원유로, 기름 연소 시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이 덜 배출된다.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선박 엔진을 교체하지 않아도 연료만 교체하면 IMO 규제 방안에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유황유는 기존 고유황유 대비 가격이 60% 비싼데다 화석연료 특성상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전체 선박연료에서 고유황유와 저유황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각각 80%, 20%이다. 그러다 2024년에는 23%, 77%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 특성상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저유황유 다음 대책으로 조선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선박 스크러버다. 스크러버는 선박에 탑재돼 유해물질 배출 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존 선령이 높은 선박과 신규 제조 선박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스크러버 설치가 저유황유 사용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포스코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원료 운반 전용선박에 장착한 스크러버는 연간 700억원 정도 유류비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 157개 선사(1026척)는 197척에 대해 스크러버 설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스크러버 1대당 설치되는 예상비용은 30억~50억원 수준이다. 1대당 40억원으로 잡아도 7800억원 규모인 셈이다. 향후 전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5000척 이상이 스크러버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철강업계도 주소재가 STS인 스크러버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스크러버 시장의 과반을 유럽국가 제조사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유럽에서 제조되는 스크러버는 대부분 중국산 STS를 사용한다.

이날 세미나에서 '해운산업 환경규제 이슈와 STS의 가능성'를 주제로 발표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성화 전문연구원은 "아직까지 스크러버에 필요한 STS 수요가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중국산 STS를 사용한 스크러버에서 누수 등 고장이 발생한 사례가 증가하면서 한국산 고품질 STS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많은 선사가 스크러버 신규 설치를 계획함에 따라 국내 STS 분야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6일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19년도 스테인리스강산업발전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26일 한국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19년도 스테인리스강산업발전세미나'를 열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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