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최근 발생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의 희생자도 하도급 근로자였다. 이에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란 기업이 위험 부담이 큰 일을 하도급 근로자에게 떠맡기는 행위를 말한다. 

24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사업부 1606블록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근로자는 액화석유가스(LPG) 탱크를 설치하기 위해 18톤 가량의 기압헤드를 절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압헤드가 이탈·전도되면서 그 사이에 몸이 끼여 숨졌다. 조선소 안전 규정에는 이 같은 작업시 기압헤드를 크레인에 고정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별다른 크레인 고정없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는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없었는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회사는 관련 조사에 협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안전상의 미비점이 드러나면 행정기관의 명령에 따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탱크 (사진=금속노조)
지난 20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탱크 (사진=금속노조)

사고가 발생하자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23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락, 낙하 등의 위험요소가 잠재한 요주의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작업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없었다"며 "18톤에 달하는 탱크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크레인으로 기압헤드를 지지하고 하부 받침대를 설치해야 하지만 비용을 아끼려다 하도급 노동자의 아까운 생명만 빼앗아 갔다. 관련 업무가 15번 진행되는 동안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위험업무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기고 원청이 해야 할 최소한의 법적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하부 받침대도, 위험 상황을 감지하기 위한 감시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를 죽인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는 현실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공중이용시설이나 사업장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시 책임자 혹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금속노조가 이 법안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과 철강업은 최근 10년간 사고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업 중대재해는 하도급근로자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조선업 사고사망자 중 하청근로자 비율은 79.3%에 달한다. 조사결과, 재해 유형 중 떨어짐(이탈)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았고, 넘어짐(전도)이 그 뒤를 이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관계자는 “원·하청 고용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도급 업체를 활용한다고 해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다단계 구조로 하도급이 이뤄질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체계적인 교육이 어렵다”고 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최근 10년간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조선업계다. (사진=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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