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일반적으로 대규모 발주는 공개 입찰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LNG(액화천연가스)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오른만큼 선박 가격이나 선주들의 요구를 최대한 많이 반영한 업체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요."

국내 조선업체들이 신발끈을 고쳐 매며 올해 하반기에 있을 대규모 발주에 대비하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카타르와 모잠비크 등에서 대형 발주가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연간 수주 목표량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때문에 무엇보다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올해 하반기 발주처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카타르다. 최근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LNG선 40척 발주 관련,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추가 발주 가능성도 높다. 현재 QP는 옵션물량 40척 발주와 노후 LNG선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성사된다면 총 발주량만 100척에 달한다. 그야말로 대형 프로젝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든 조선사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건 QP에서 나오는 발주"라며 "연말에는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최대급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미국 에너지회사 아나다코의 모잠비크 개발도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아나다코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LNG 개발 프로젝트 최종 투자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모잠비크에 LNG 터미널을 짓고 연간 LNG 1288만톤을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필요한 LNG선 15척을 발주하기 위해 아나다코는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를 비롯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과 접촉하기도 했다.

다만 모잠비크 LNG 개발 프로젝트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 연기된 상태다. 조선업계는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발주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규모 발주를 성공적으로 따낸 곳도 있다. 러시아 에너지회사 노바테크가 발주한 쇄빙 LNG 15척 계약을 체결한 삼성중공업 이야기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따낸 계약은 15척 중 일부지만, 나머지 선박도 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있을 대규모 발주는 대부분 LNG선으로, 기술적 우위에 서있는 국내 조선사가 유리하다. 상반기 전세계 LNG선 90%를 국내에서 제조한 만큼 이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발주가 진행되는 시기다. 언제 발주가 나오는지에 따라 조선사들의 올해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는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1일 방위사업청과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III'의 설계, 건조 사업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날 미주지역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선박 3척의 계약 금액은 약 1조5600억원이다. 이번에 수주한 LNG운반선은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이다. 천연가스 추진엔진(ME-GI)과 완전재액화시스템 FRS(Full Re-liquefaction System)가 탑재돼 기존 LNG운반선 대비 연료효율은 30%가량 높아지고, 오염물질 배출량은 30%이상 낮출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과 이지스함 건조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세번째 이지스함인 서애 류성룡함 등을 건조한 바 있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이지스함은 대한민국 해군이 도입하는 차세대 이지스함 3척 중 첫 번째로,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해 오는 2024년 11월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선사인 MISC로부터 17만4000㎥급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이들 선박은 미 오일 메이저 엑슨모빌(ExxonMobil)이 생산하는 LNG를 운송할 예정이다. 가스 증발률이 낮고,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가 적용돼 친환경 규제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대한민국 최초 3000톤급 잠수함(사진=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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