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장년층의 살길을 터주면서도 청년 고용에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절충안은 없을까. 최근 고용시장 안팎에선 '65세 정년 연장' 방안이 화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청년 역차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단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엔 고령 근로자를 정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고용하도록 기업에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현행 일본의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서울시 중구 일대.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시 중구 일대. (사진=신민경 기자)

일본은 60세란 법정 정년은 바꾸지 않는 대신 기업이 △퇴사 뒤 계약직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선택지 3개 가운데 한 방식을 택하게 했다. 통상 정년 연장과 폐지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인다. 겉보기엔 기업의 편의를 봐준 듯하지만 사실상 65세까지 계속 고용을 유도한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집계에 따르면 3개 복수안 중 '재고용'을 택한 일본 기업이 79.3%에 달했다.

인접국의 선례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올해부터 '정년 이후 근로자 고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계속고용제도와 관련해 내부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계속고용제도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해 구체적인 법제화 논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항할 법적 장치론 최선책이란 목소리와 고령자에 투입되는 높은 인건비에 못 이겨 청년 고용을 마다하는 기업들이 늘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견을 절충할 방안으로 임금체계 재정비와 수혜 대상의 임금 유연성 제고 등이 거론된다.

먼저 정년을 늘리되 임금체계를 조정해 국가적 이득과 재계 손실을 가감하는 게 바람직하단 의견이 주요하게 대두된다. 정이환 서울과기대 사회학과 교수는 "3년 전 임금 삭감률 등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없이 사업장에 '60세 정년 연장'이 도입돼 노사간 경합이 잦았다"면서 "이를 반면교사 삼아 법제화 이전에 임금체계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인구구조 변화는 무력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임금피크제(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에 도달 땐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와 계속고용제도를 접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구 일대.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시 중구 일대. (사진=신민경 기자)

제도의 수혜 대상인 공공부문 근로자가 사회적 대타협의 주체로 나서야 한단 주장도 힘을 얻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다수 민간기업에선 정년을 채우기 전에 퇴사하는 이들이 많아 정년 연장의 의미가 크지 않다"면서 "결국 공공부문 종사자와 대기업 노동조합원의 이득이 최대화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공부문에 임금 상한제를 적용하거나 공무원들이 나서 임금 유연성을 반납하겠단 의지를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공무원의 근속에 따른 인건비 증가는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므로,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해서다. 

근무기간이 늘어나면서 업무 숙련도를 높이 평가 받는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도 또 다른 수혜자로 꼽힌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도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대기업에 청년이 몰릴 가능성이 커 양극화가 우려된다"면서 "대기업 생산직 노동조합은 정년 연장을 받는 대가로 사측과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명시된 임금과 수당 부문을 일부분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