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노사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점포 축소와 효율화를 핑계로 타업무 발령을 내 사실상 퇴사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노동자의 입장과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익성을 만회하려면 인력 재배치는 불가피하다"는 사용자의 입장이 맞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회사가 노동자와 실직자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단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롯데제과가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나뚜루의 사업 축소로 인력 감축을 시도해 논란이 됐다. 점장과 부점장에 해당하는 나뚜루의 정규직 관리자들의 주요 업무가 '매장 관리'에서 '포장지 접기'와 '시식코너 영업'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6곳에 달했던 직영 점포가 올해 상반기 동안 2곳으로 줄면서다. "협의 없이 판촉 업무로의 전환을 통보하는 등 퇴사를 종용한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달리 회사 측은 "점포 사업성이 미진해졌지만 직원들의 고용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란 입장이다.

이마트 무인셀프계산대 안내. (사진=신민경 기자)
이마트 무인셀프계산대 안내.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5월엔 민주노총 마트노동조합 이마트지부가 회사의 공격적인 무인셀프계산대 확장 행보를 저지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마트는 국내 총 점포 142곳 가운데 60여곳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마트보다 1년 먼저 무인계산대를 도입한 롯데마트가 125곳 가운데 50여곳에 들여 놓은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빠른 확장 속도다. 노동자들은 "이같은 변화가 업무강도를 높이고 고용불안의 위험을 안긴다"고 주장 중이다. 반면 사측은 "무인계산대 도입 뒤 인력감축을 한 사실이 없으며 필요할 시 점포 내 다른 업무로 직원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발간한 '경제동향 8월호'에 따르면 지난 6월 전 산업 생산은 전반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소비판매액 증가율의 경우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3.4%를 기록한 전달보다 낮은 수준이다. KDI는 지난 4월부터 5달 연속으로 우리 경기를 '부진하다'고 진단하면서 투자와 수출의 큰폭 위축을 이유로 꼽았다. 재계가 사업 축소나 경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인력감축과 재배치를 꾀하는 것도 불황에 영향을 받아서인 것으로 읽힌다.

지난 8일 민주노총 마트노조 이마트지부가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8일 민주노총 마트노조 이마트지부가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민경 기자)

전문가들은 노사간 고용 갈등의 대안으로 '노동자 대상 재교육 여건 마련'과 '실직자 대상 사회안전망 확보' 등을 제시한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장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엔 어떤 서비스에도 예외 없이 자동화가 적용되는데 이를 사용자와 노동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회사는 노동자가 근무 외 시간을 기술 교육 등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지원해줌으로써 스스로 새 직장을 찾게끔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비스의 자동화 과정에서 절약되는 비용을 자사 인력의 재교육에 투자해 상생의 틀을 갖추란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디지털투데이에 "아마존 고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를 활용해 점포를 구성했고 이로써 15만개 정도의 일자리를 없앨 예정이다"며 "합리적 사업가라면 24시간 일할 수 있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로봇을 구매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서 대학원장은 "자동화와 불황이 초래한 일자리 감소의 방향을 꾸준히 예측하고 실직자에겐 기본적 삶을 유지시킬 만한 기본 소득과 평생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보편적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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