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오랜 기간 정부와 재계 전반에서 화두가 돼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출범과 동시에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 추진'을 강조함에 따라 업계의 정책 수용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홈플러스와 한화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이마트 등이 자사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화한 기업 사례로 꼽히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 전 직원 3000명 가운데 99%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회사가 자사 임직원의 62%에 달했던 무기계약직 사원 1만4283명 전원을 선임으로 발령냈다. 남은 1%는 단기계약직 근로자로 228명뿐이다.

(사진=홈플러스 제공)
(사진=홈플러스 제공)

이번 정규직 전환은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 신설을 통하지 않았다. 때문에 승진도 기존 정규직 직급체계와 절차를 따른다. 선임으로 5년간 근무하면 주임으로 직급이 오르며 4년 뒤에는 대리로, 그 뒤에는 근무 평가와 근속년수에 따라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됐다.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점장직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홈플러스 임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지난해 기준 7~9년(남성 111개월·여성 86개월) 수준이다. 앞선 2017년은 6~8년(남성 103개월·여성 77개월), 2016년은 5~7년(남성93개월·여성 69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꾸준한 증가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직원들의 퇴직률이 적어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향후 보다 안정적인 점포 운영이 가능할 듯하다"고 했다.

한화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흐름에 가세했다.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중 한화호텔&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 등 서비스 계열사 내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직원 868명을 정규직 전환했다. 정규직이 된 직원들은 남성 441명(51%), 여성 427명(49%)으로 남녀 성비가 반반에 가까웠다.

앞선 2017년 7월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의 첫 기업인 간담회에서 "그룹 내 상시 업무 비정규직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공표한지 약 1년이 된 시점에서 유의한 수치를 기대하긴 어렵고 수년 뒤 근속년수의 가시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며 "추가적인 전환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2017년 8월에는 현대백화점이 비정규직 직원 2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같은 해 문 정부가 이와 관련한 공약을 공표한 이후 대형 유통기업으로서는 이를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실례가 됐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직원들이 전환 대상이 됐다. 2300여명 가운데 1400명 가량이 백화점 내 소비자 응대와 사무 보조 업무를 소화 중 이었고 약 700여명이 현대그린푸드에서 판매 부문을 맡고 있었다. 현대홈쇼핑 등 여타 계열사 200여명도 파견과 도급회사와의 계약 종료 시점과 맞물리는 시점에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마트의 경우 일찍이 정규직 전환을 선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4월부로 자사 하도급 인력 1만8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 이들은 중소기업인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이전까지는 점포 146곳에서 상품 진열과 이동 업무를 전담해왔다. 새로 정규직이 된 직원들은 정년을 보장받게 됐으며 상여금과 성과급도 지급 받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들 연소득 수준은 종전보다 약 27% 가량 높아졌다"면서 "캐셔, 판매사원의 정규직 전환은 워낙 오래 전 일이라 별도 통계를 내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선제적 조처는 최근 종업원수 통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공시자료를 토대로 종업원 증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2012년~2017년) 종업원을 가장 많이 새로 채용한 곳으로 이마트가 꼽혔다. 지난 2012년 1만6736명에 그쳤던 종업원수가 2017년 3만982명을 늘었다. 5년새 1만 4246명이 새로 채용된 것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