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에 취해 '촌극' 벌이는 재벌 3세들...왜?
대마에 취해 '촌극' 벌이는 재벌 3세들...왜?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9.09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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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우월감에 '떨' 찾는다"
"국내외 法 차이로 인한 실책"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아방궁'에 살 법한 재벌 3세들이 잇달아 마약 스캔들에 엮이며 '옥살이'를 자초하고 있다. 이른바 '엘리트 과정'을 밟아온 인물들이 마약으로 자충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최근 미국에서 구입한 마약을 국내 항공편으로 몰래 들여오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이 부장은 항공화물 속에 전자담배로 대마 흡입이 가능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개와 대마 성분 사탕과 젤리 수십개를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장은 검찰에 불구속 입건됐다가 '봐주기 수사' 논란에 부닥쳐 지난 4일 스스로 인천지방검찰청에 찾아가 긴급 체포를 자청했다. 이튿날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재판부는 6일 오후 이 부장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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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반입과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지난 6일 구속됐다.

앞선 4월엔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손자 최영근씨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 정현선씨가 '대마 구입과 흡입' 혐의를 받아 긴급 체포된 바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 6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최씨와 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인천지법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11개주는 대마 합법화 지역이다. 캐나다도 나라 전역에서 대마가 합법화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약 투약과 유통이 불법이다. 대마를 단순 투약하거나 소지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마약을 밀반입하다 걸렸을 때 받는 형벌은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이다. 재벌 3세가 무거운 양형과 기업·주주가치 훼손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약에 손을 대는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학계 안팎에선 여러 추측이 나온다.

먼저 재벌가 자제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에서 오는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한 도피처로 마약을 찾는단 주장이 대두된다. 서완석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은 "연예인과 재벌 등은 국민의 시선에 쫓기며 살아가기 때문에 늘 탈출구를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마는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 함유량이 높아 환각을 통해 불안과 부담감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데 여기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려 들 것"고 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CJ그룹 본사. (사진=신민경 기자)

서 회장은 또 "'남들과 다르다'는 판단은 '부담감' 이외에 '우월감'으로 표출되기도 한다"면서 마약 중독이 '희소 가치'과 '자기 과시'에서 파생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서 회장은 "마약이 재벌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유는 일반 국민이 손 쉽게 얻지 못하고 극소수에 의해서만 공유되는 희소가치 물질이었기 때문"이라며 "화려하고 자유로운 삶에서 자기 행동이 얼마나 중한 범죄에 휘말렸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자제들이 '미국 내 합법 인식'과 '국내 불법 인식'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실책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마약 사건에 연루된 재벌 3세들은 대개 해외에서 오래 거주한 '유학파' 출신이기 때문이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마약전담 변호사는 "미국에선 의료용 대마에 대해 개방적이고 합법적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대량 흡입을 하지 않는 이상 사범 검거를 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마약을 꾸준히 해 온 재벌가 자제들은 한국에 들어갈 때도 '난 안 걸릴거야'란 안일한 생각을 갖는다"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또 현행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마약 관련 예방교육'이 누락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재벌가 자제과 일반 국민 모두 학교에서 마약에 대한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을 것"이라면서 "직접 '마약이 우리 몸에 왜 안 좋은지' '왜 해선 안 되는지'를 배워야 사안의 심각성과 불법성을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마약에 대한 언급을 일절 삼가고 금기시하는 건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만 키울 뿐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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