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에 더 머물게 된 이선호…CJ 후계구도 '안갯속'
재판장에 더 머물게 된 이선호…CJ 후계구도 '안갯속'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11.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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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밀반입에 "범죄사실 인정, 잘못 뉘우치겠다"더니
'징역 3년 집유 4년' 1심 판결에 검찰 항소하자 맞항소
끊이지 않는 잡음에 사생활 논란 적은 이경후 '급부상'
신민수 교수 "콘텐츠 기획력 등 역량 더 두드러져" 평가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변종 대마 밀반입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검찰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다시 재판장에 서게 되자 양형 부당을 앞세워 맞항소를 결정했다. 그런만큼 당분간은 이 부장을 둘러싼 잡음이 쉽게 끊이지 않을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그룹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맡고 있는 이경후 CJ ENM 상무가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을지 주목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부장 측 변호인은 최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이 지난 29일 "형량이 낮아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한 데 따른 맞대응으로 읽힌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맞항소를 한 가운데 이 부장-이경후 상무 남매의 경영권 역할 비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달 1일 전자담배로 대마 흡입이 가능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와 대마 성분 사탕·젤리 170여개를 항공화물 속에 숨겨 밀반입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부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에 인천지법 형사12부는 지난달 24일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약물치료 프로그램 강의 수강은 명령하지 않았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대마를 단순 투약하거나 소지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 부장이 받은 마약류 밀반입에 대한 양형은 최소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대마 구입과 흡입보다 법정 형량이 더 무겁다. 여론의 빈축을 산 것도 이 대목이다.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겠다"고 했던 공판에서의 발언을 뒤집는 셈이어서다.

이 부장은 일찍이 그룹의 후계자로 점쳐져왔다. 지난 2013년 6월 처음으로 CJ에 발을 들인 이 부장은 경영 수업을 받다가 CJ제일제당으로 적을 옮겼다. 그는 인사교육과와 바이오사업관리팀 등에서 대리와 과장을 거쳐 지난 2017년 부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5월엔 식품전략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각에선 그의 보직 이동 배경을 두고 '식품계열 핵심 사업부를 두루 겪게 해 빠른 승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맞항소를 한 가운데 이 부장-이경후 상무 남매의 경영권 역할 비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이 부장은 최근 지주사 지분 2.8% 가량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 CJ는 올해 4월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H&B부문(올리브영)과 IT부문 등 둘로 인적 분할한 뒤 IT부문만 떼내 지주사에 100%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분할 합병 당시 이 부장(17.97%)과 이 상무(6.91%) 등을 포함한 회장 일가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5% 가량을 보유 중이었다. 주식교환(교환비율 1대 0.5444487)을 통해 이 부장은 이 상무(1.2%)보다 2배 이상의 지분율을 취득했다.

여러 정황들이 이 부장을 3세 경영자로 지목하고 있었으나 마약 문제로 인해 그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부장보다 사생활 논란이 적은 이 상무가 승계 받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단 얘기다.

이 상무는 지난 2011년 사업팀 대리로 CJ에 입사한 뒤 실무자와 임원으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6년엔 미국지역본부로 가 식품과 콘텐츠 사업 등의 마케팅을 맡았다. 지난해 7월부터는 CJ ENM의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로서 경영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맞항소를 한 가운데 이 부장-이경후 상무 남매의 경영권 역할 비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그간 CJ가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온 점도 이 상무의 후계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헤드헌팅업체인 유니코써치가 발표한 '올해 1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임원 92명 중 14명(15.2%)이 여성이다. 100곳 평균치인 3.6%의 4배에 달한다.

지난 2월 13일엔 헬렌 클라크(Helen Clark) 전 뉴질랜드 총리가 CJ 직원들과 만나 글로벌 여성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2016년 최초 유엔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한 헬렌 클라크의 삶을 기록한 영화를 보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해외 리더십에 관한 담론을 나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가 가져야 할 사회적 가치로 도덕성이 크게 대두되는 때 이선호씨의 승계가 위태로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CJ헬로와 LG유플러스의 합병 이후를 위해서라도 콘텐츠 기획력과 플랫폼 확장력을 갖춘 이가 유력할 듯한데 현재로선 맏딸인 이경후씨의 역량이 더 두드러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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