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전성시대①] '밥솥의 족쇄'서 풀려나다
[즉석밥 전성시대①] '밥솥의 족쇄'서 풀려나다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9.09.0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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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개척하고 '오뚜기-동원' 넓히고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꽤 됐어요, 밥 안 해먹고 산 지. 밥은 햇반이 더 잘하던데요 뭘."

집밥이 '밥솥의 족쇄'에서 풀려난 지 오래다. 엄마들의 오랜 지론인 '내 손으로 지어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말도 힘을 잃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선 7월부터 '밥 하지 않는 집'이란 콘셉트로 햇반 광고를 냈다. '엄마가 해준 밥보다 즉석 가공밥이 더 낫다'는 게 광고의 골자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즉석밥 시장 규모는 약 3656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서 CJ제일제당 '햇반'의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한해 동안 햇반 4억개를 팔았는데 국민 1명 당 평균 8개를 구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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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햇반-밥하지 않는 집' 광고 캡처. (이미지=유튜브)

햇반은 부산 사하구 내 공장에서 생산라인 10여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를 부산공장 설비공간이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충북 진천군 소재 식품통합생산기지가 추가 생산을 맡고 있다. 부산공장과 진천공장 통틀어 날마다 햇반 200만개가 생산되며 연간으론 총 12만톤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햇반이 성공하게 된 데엔 '포장 기술' 덕이 크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제조 과정에 '무균화 포장'을 도입했다. 무균화 포장은 반도체 공정 수준의 청결도를 유지하는 청정실에서 살균한 포장재로 밥을 포장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쌀 표면의 미생물을 고온고압 난방으로 살균해 내부 미생물을 완전히 차단한 뒤 밀봉 포장을 거친단 얘기다. 또 뚜껑 역할을 하는 비닐 덮개엔 서로 다른 4중 특수 필름지가 사용돼 공기를 완전히 차단한다.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단 장점이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무균화 공정으로 완제품에서 균을 완전히 없애 방부제 없이도 9개월 동안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면서 "향후에도 포장과 도정 등의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를 이어가며 햇반 소비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별 즉석밥 시장 점유율 통계. (자료=시장조사기관 닐슨)
기업별 즉석밥 시장 점유율 통계. (자료=시장조사기관 닐슨)

오뚜기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즉석밥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뚜기의 즉석밥 '맛있는 오뚜기밥'은 지난 2000년 준공된 충북 음성군 소재의 대풍공장에서 생산된다. 매출은 해마다 증가세다. 지난 2017년 870억원에서 이듬해 1050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올해 상반기 매출은 550억원이다. 다만 CJ제일제당 '햇반'의 기세에 눌려 시장 점유율은 꾸준한 감소세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약 29%에 머물던 시장점유율이 해마다 떨어지며 지난해 8월 기준 25.6%로 기록됐다.

오뚜기가 즉석밥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는 '착한 가격'이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햇반 가격을 평균 9% 인상해 종전 1500원에서 1635원으로 큰 폭 올렸다. 반면 오뚜기는 지난 2017년 11월 자사 제품의 가격을 9% 올린 뒤 현재까지 1490원의 가격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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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CJ제일제당 '햇반'·동원F&B '쎈쿡'·오뚜기 '맛있는 오뚜기밥'

동원에프앤비의 경우 즉석밥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비하다. 동원에프앤비가 만든 '쎈쿡'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6년 2.1% 2017년 1.7% 2018년 1.2%로 겨우 명맥만 잇는 수준이다.

쎈쿡은 지난 2007년 2월 충남 아산에 세워진 즉석밥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쎈쿡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등과는 달리 주력제품을 '잡곡밥'으로 한다. 잡곡밥 생산에 초고압 공법이 사용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원에프앤비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통상 가정에서 1~2기압의 압력밥솥을 사용해서 밥을 지으면 밥알이 까칠하다"면서 "우리는 3000기압을 가해 잡곡 내 수분은 늘리고 공기는 빼내 밥알을 부드럽게 한다"고 했다.

뚜기의 즉석밥 상품인 ‘오뚜기밥’은 7월 기준 시장점유율 24.5%로, 2016년 28.8%에서 다소 줄어들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867697.html#csidx62b6a10be32dd2385228232ef83c15c

즉석밥 시장은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밥이 국민의 주식인 만큼 즉석밥 시장에서 일정한 입지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연구개발 등을 통해 제품의 질적 팽창에 신경써야 한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성과주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간을 업무와 취미에 쏟는 경향이 강하므로 즉석밥을 계속해서 찾게 될 것"이라면서 "즉석밥이 일상에 녹으려면 건강한 재료와 식감 개선 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의 질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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