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요즘은 편의점에서 즉석밥 판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일반 가족 단위 가정집에서도 많이 사가는 편입니다." 즉석밥을 비롯한 가정간편식(HMR)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변화하는 사회구조와 제품의 질적 향상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HMR은 짧은 시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 등을 뜻한다. 여기에는 완전조리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 즉석밥 같은 즉석섭취 식품 등이 포함된다. 과거 HMR은 냉동식품, 통조림 캔 등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관련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제품 종류만큼 시장 규모도 커졌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추석 전 농식품 구매패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가구당 평균 구입액이 870원에 불과했던 즉석밥은 지난해 1213원으로 불어났다. HMR 시장은 지난 2015년 1조7299억원에서 2017년 2조5131억원 규모로 커졌다.

마포 일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즉석밥, 최근 즉석밥 시장은 점차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고정훈)
서울 마포 일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즉석밥과 가정간편식, 최근 관련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고정훈)

이 제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번거롭게 요리할 필요없이 손짓 몇번만으로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전체가구 중 28%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1인 가구는 주로 단순하지만 실용적이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음식을 사먹다보면 언젠가는 한계가 온다.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가정에서 해주는 것 같은 편안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즉석밥을 애용한다. 또 밥을 해놓고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즉석밥은 따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도 즉석밥 시장 확대에 기여한다. 과거 가정에서 먹는 밥을 중요하게 여겼던 세대들도 이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인구 고령화 비율이 높은 일본의 경우 50대 이상에서 즉석밥 등 HMR을 섭취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저염, 저당 등 연령대에 맞는 HMR의 필요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밥을 사먹는 행위가 불손한 일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분위기가 많이 개선됐다"며 "오히려 즉석밥은 컵밥 같은 다른 가정간편식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업체들이 연령대별 고객타깃층을 나눈 제품을 내놓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김태희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HMR 제품이 다양화되고 고품질화되고 있다. 지역 맛집 유명 음식을 차용하거나 집에서 요리하기 힘든 이색 메뉴, 외식업체나 유명쉐프 메뉴를 HMR로 제조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즉석밥 열풍을 불러오는데 한몫 거들었다는 평가다. 오롯이 가사 일만을 전담하는 예전과 달리 시간 등에 쫓겨 HMR 제품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HMR을 가장 선호하는 연령층은 40~50대 여성층이다. 최근에는 이 제품들로 손님 접대를 하거나 정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명절에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혼술 문화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각 업체들은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던 HMR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밥맛을 높이기 위해 쌀의 종류 선택부터 위생을 위한 무균처리 기술,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는 용기 등을 개발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만큼, 즉석밥의 인기를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cj제일제당)
지난 몇년 째 즉석밥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이미지=cj제일제당)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