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냉동피자 시장이 형성된 지 3년이 흐른 지금 오뚜기의 독점으로 굳어졌던 시장 구도에 지각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냉동피자 업체의 인수효과를 볼 CJ제일제당과 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운 이마트 등이 시장 전면에 뛰어들면서다. 안전성을 담보한 냉동 식품인 만큼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기업들이 늘어났단 평가다.

냉동피자 시장의 성장률은 가파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4억원 규모였던 냉동피자 시장은 지난해 약 12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2년 만에 열배 이상 뛴 것이다.

2분기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오뚜기다. 올해 5월 기준 55.6%를 점유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016년 5월 출시한 자사 대표 메뉴 '콤비네이션 피자'와 '불고기 피자' 등을 앞세우면서도 떠먹는 형태의 컵피자나 색다른 토핑을 얹은 피자를 내놓는 등 제품군 확대를 통해 시장 폭을 넓혀 왔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다만 지난 2017년 점유율 75.6%을 기록했던 점에 미뤄 오뚜기 제품의 시장 장악력은 2년새 크게 느슨해진 상황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만두 위주로만 형성되던 냉동식품 시장에 피자 영역이 생긴지 3년 정도 됐다"면서 "그 사이 경쟁업체가 급증한 데다 브리또와 핫도그 등 여타 냉동식품 종류가 늘어 현재 자사 매출은 정체 상태다"고 밝혔다. 냉동식품 시장은 눈에 띄게 커진 반면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져 냉동 피자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단 얘기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10.8%에 머물던 점유율을 올해 2분기 32.6%까지 끌어올리며 1등 오뚜기를 바짝 따라붙었다. 최근엔 도우를 장시간 저온 숙성한 뒤 토핑을 얹은 '고메 하프 피자'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향후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피자 시장 2위 업체인 슈완스의 기술력을 적용한 냉동 피자를 선뵐 예정이다. 앞선 2월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를 통해 북미 전역의 냉동 식품 생산·유통 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냉동피자 사업의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기업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7월 중순 준공한 경기도 오산시 소재 오산2공장에 냉동피자 생산라인을 도입했다. 958평 규모로 들어선 이 생산라인에선 연간 냉동피자 1만2000톤(500억원 수준)을 만들 수 있다. 지난달부터 판매가 개시됐다. 대상도 자사 대표 브랜드인 청정원을 통해 지난 3일 냉동피자 2종을 내놨다.

(사진=신세계푸드)
(사진=신세계푸드)

기존 5000~7000원대를 오르내리던 피자 가격을 확 낮춰 틈새시장을 파고든 사례도 나타났다. 이마트는 오는 26일부터 치즈토마토와 마르게리타, 4치즈맛 등 노브랜드 냉동 피자 3종을 판매키로 했다. 3종의 가격은 3980원으로 오뚜기 피자의 주력 제품이 5000원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1000원 이상 싼 수준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달 초 노브랜드 기본맛 냉동 피자를 출시했는데 약 40일 만에 제품 15개가 팔렸다"면서 "가성비를 향한 높은 수요를 확인한 뒤 소비자 가격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번 출시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기업 간 경쟁을 활성화할 기폭제로 저가 정책과 품질 제고 정책 등이 꾸준히 대두돼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통상 짧은 기간 안에 급성장한 사업의 경우 시장규모 증가와 성장 정체를 함께 수반한단 판단에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전 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은 디지털투데이에 "1위인 오뚜기 외 여타 기성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증가세지만 매출의 경우 모든 기업들이 감소세다"면서 "기업들이 냉동 피자 자체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비슷한 제품들을 내놓기보다는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어 "냉동 피자는 보관 기간이 긴 데다 먹기 전에 해동이 아닌 가열 방식을 택하게 되므로 미생물 증식의 위험이 없다"면서 "식품 안전성은 담보했으니 다른 변수들을 조절해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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