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이번에는 한진그룹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국민연금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조양호 회장은 당분간은 그룹 내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진칼 제6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번 주총 최대 관심사는 한진칼 석태수 부회장의 연임과 국민연금이 낸 정관 변경 등이었다. 먼저 석 부회장은 찬성 65.46%, 반대 34.54%로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주총 직전까지 KCGI는 조 회장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석 부회장의 연임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써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조 회장도 어느정도 입지를 방어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경영권도 격하게 흔들렸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계열사 중 지주회사로 꼽힌다. 대한항공 최대 주주로, 관련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즉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고정훈)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렸다.(사진=고정훈)

석 부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의결에 앞서 “한진칼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나름 성과도 있었다”며 “이번에 재선임되면 보다 투명·책임 경영을 강화해 회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한진칼 3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내놓은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주주제안 형태로 제안된 해당 안건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관변경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의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찬성 48.66%, 반대 49.29%로 결국 부결됐다. 

만약 정관이 변경됐을 경우, 현재 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인 조 회장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한숨 돌린 셈이다.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 벌어진 갈등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고배를 마신 KCGI는 내년 주총 때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특히 내년 주총 때는 법원이 주주자격 제한 사유도(지분 0.5% 이상 6개월 이상 소유) 충족된다.

여기에 시민단체 참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라는 목표를 필두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 경영 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처럼 지주회사를 통해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 상황이라면 이번에는 한진칼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 퇴진 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아직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아직 넘어야할 요소가 도처에 깔려있는 형국이다.

한진 조양호 회장(사진=한진)
한진 조양호 회장.(사진=한진)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