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항공업계 '빅2'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위기를 맞았다. 26일 현재 대한항공은 사모펀드와 시민단체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갑작스러운 주식거래 정지로 머리를 싸매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로 경영권 근간이 흔들리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에 대해 한진칼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보다 앞서 KCGI는 한진칼이 주주 권한을 침해한다며 안건상정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1심은 KCGI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항공, 잇단 경영권 공격에 '진땀'

한진칼은 즉각 항고했다. 고등법원은 한진칼에 유리한 판결을 내놨다. 법원은 상장사 특례 요건에 따라 0.5% 이상의 주식을 6개월 이전부터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즉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주총)에서 KCGI는 별다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한진측은 조건부로 상정한 KCGI 안건을 모두 배제한 상태다. 

KCGI는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로 KCGI는 12.8%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1명조차 추천할 수 없게 됐다"며 실망을 표했다.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본사 전경.(사진=대한항공)

KCGI와 시민단체들을 연거푸 상대하고 있던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짐 하나를 덜은 셈이다. 당초 한진그룹은 KCGI와 대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사수하기 위해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각종 의결권 자문사들로부터 자문을 받거나, 관련 단체로부터 받은 입장을 끊임없이 배포했다. 때문에 오너갑질로 인한 최악의 이미지를 가진 상황에서도 여론이 한쪽 방향으로 휩쓸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제 한진그룹은 중장기 발전 전략 등을 통해 해당 리스크를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 등으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오너 갑질 여론도 잠재우겠다는 각오다. 

다만 아직까지 시민단체 등은 한진그룹이 넘어야할 산으로 남아있다. 25일 참여연대는 3개 연금공단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반대표를 행사해달라며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참여연대 등을 포함한 시민단체는 계속해서 국민연금 등에 경영권 참여를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통해 적극적인 개입을 선언하기도 했다.

600억 채권 폐지 아시아나, 유동성 확보는 아직?

아시아나항공도 연일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주식이 거래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외부 회계법인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에 대해 '한정'이라는 감사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 중지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채권도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07년 6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채권이 다음달 8일에 상장 폐지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부적정’, ‘의견 거절’, ‘한정’ 등 평가를 받은 회사의 채권은 상장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해당 채권의 매매거래 정지는 오는 27일까지다. 이후 28일부터 7일 간 정리매매가 이뤄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채권 만기가 다음달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원리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신용등급 하향을 불러올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현재 신용등급 BBB-에서 한 단계 이상 떨어질 경우 1조원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조기상환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ABS 액수는 약 1조2000억원 규모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아시아나 등급을 하향 조정 대상에 포함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반적으로 하향검토 대상 기업은 3개월 내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금융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재평가를 서두르고 있다. KDB산업은행(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 관련 회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재감사 작업을 시작으로, 향후 신용등급과 ABS 등에 미칠 영향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현재 아시아나항공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증권사들은 25일 아시아나항공 관련 보고서를 속속 발표했다. 주로 신용등급 하락시 신탁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 재무건정성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ABS 발행 비중이 높아 신용등급과 관련 없이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BS는 아시아나항공의 거의 유일한 차환 수단"이라며 "ABS를 지속적으로 발행할 수 있어 지금까지 유동성 위기가 크지 않았다. 신용등급 하락과 상관없이 ABS 발행에 차질을 빚는다면 유동성 위기 압박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29일전까지 '적정' 재무제표를 제출한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채권은행단이 실제로 대출회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출회수, 경영진 교체 등 초강수를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실제 신용등급 하향 후 발생하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일부 신용평가사에 하향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라며 "현금 흐름이나 상황은 나쁘지 않아 주총(29일) 전까지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옥으로 사용할 센트로폴리스 전경.(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광화문 사옥을 매각한 후 지난 1월 11일 센트로폴리스로 사옥을 옮겼다.(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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