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향년 70세 나이로 별세했다. 사망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앓고 있던 폐질환으로 전해진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향후 대한항공 승계구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회장은 1949년생로,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 경복고등학교와 미국 메사추세츠 주 쿠싱 아카데미 고등학교에서 수학했다. 이후 인하대 공과대학 학사,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든 해는 1974년이다. 그는 대한항공에 입사해 실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험을 인정받아 1992년, 1999년에 각각 대한항공 사장, 회장 자리에 올랐다.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대한항공)

 

경영 도중 외환위기, 오일쇼크 등 외부 위기도 많았다. 조 회장은 결정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닥치자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 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다. 외환 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저비용 항공(LCC) 시장에도 과감히 진출했다. 이에 진에어를 창립,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이는 그룹 성장 밑거름이 됐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출범 당시 8대뿐이던 항공기를 166대로 늘렸다. 국제선 노선도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했으며,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증가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증가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면서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위상을 제고하는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업적과는 별개로 말년 운은 좋지 않았다. 특히 ‘자식 농사’가 발목을 잡았다.

시작은 장남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이다. 조 사장은 가장 유력한 경영 승계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받았다.

먼저 두차례나 발생한 뺑소니 혐의가 있다. 이중 2000년에는 차선 위반이 적발되자 단속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이후 시민들에게 붙잡혔지만 별다른 처벌 없이 끝났다.

2005년에도 운전 도중 시민과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2년에는 사학재단 사유화에 비판 목소리를 낸 시민단체와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이후 대한항공 오너일가에 탈선은 일명 땅콩회항으로 이어진다. 2014년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직원에게 갑질하고 항공기 회항을 지시한 사건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까지 발생했다. 

조 회장도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현재 해당 재판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로, 상속세 50%를 적용했을 시 18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대한항공 오너일가 경영권 방어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불과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시민단체 등과 표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정리할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예정된 2차전은 오너일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 (사진=한진그룹 홈페이지)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 (사진=한진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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