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무역적자는 6210억달러(701조원),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상품수지 적자는 8913억달러(1006조원)를 기록했다. 2016년 무역적자가 5020억달러였는데, 트럼프 정권 2년간 1000억달러 넘게 늘었다. 그 중에서도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상품 적자가 4190억달러나 된다. 역대 최대치다.

얼핏 보기에 트럼프와 시진핑 간에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트럼프는 여전히 실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은 계속해서 대중 무역적자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이루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중국의 해관총서(관세청)이 발표한 올해 1~2월까지 중국의 수출과 수입은 각각 4.6%, 3.1% 감소했다. 특히 무역전쟁 중인 미국과의 무역감소세가 컸다. 올해 1~2월 미중 무역액은 765억달러로 전년 동기 보다 19.9% 줄었다. 전년대비 같은 기간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14.1%, 수입도 35.1% 감소했다. 수입감소율 35.1%는 중국이 이날 공개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다음은 베트남(-30.2%), 네덜란드(-29.4%) 순으로 충격을 받았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미국과 중국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늘었다고 하는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줄었다는 것이다. 둘중의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둘 다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본다. 아무리 중국의 통계를 믿기 어렵다고 해도, 무역통계는 상대국이 있고, 아주 명확한 통계처리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제성장율 통계와는 달리 무척 정확하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거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도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3월 8일 '무역 전쟁이 중국의 대미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목 관세 인상 조치로 해당 품목의 평균관세율이 기존 수준에서 25% 수준으로 상승하면, 중국의 관련 품목들은 수출이 23.4%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다면 현대경제연구소의 보고도 틀렸어야 한다. 그러나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발 관세 보복 조치는 해운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미국 통계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올해 8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154만7600TEU를 기록, 전달 154만8700TEU와 비교해 0.1% 감소하며 3개월 만에 후퇴했다. 중국발 수요 둔화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발 북미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100만TEU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다. 점유율 1위 품목인 가구류가 3.9% 감소했으며, 2~3위인 섬유와 전기제품도 1.9% 0.4% 각각 후퇴했다. 해운물류 전문신문 코리아쉬핑가제트의 지난해 10월5일자에서 선사 관계자는 "아직까진 물동량 감소세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추가 관세부과로 향후 물동량 감소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간의 컨테이너 물량의 움직임은 2018년 8월부터 대미 수출 물동량이 줄었다고 한다. 무려 25%나 대중국 수입물량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는데, 컨테이너 물동량은 겨우 0.1%줄었다. 하지만 줄기는 줄었다. 그리고 미국의 대미 수입금액은 오히려 늘었다. 이처럼 미국 트럼프가 노리는 충격 효과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3가지로 보인다.

첫 째, 우리는 여기서 무역 거래의 특성을 보아야 한다. 무역거래의 주기는 빨라야 3개월이다. 한 거래가 계약 성사부터 물품을 만들어 선적하고 거래 대금을 받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필자도 이 번에 중국으로부터 신발과 양말을 수입하는데, 아주 적은 샘플의 초도물량임에도 불구하고 2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대체로 계약과 동시에 전액이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거래대금이 크거나 업종에 따라서는 물건 받고 6개월 뒤에 지불하는 거래도 꽤 많다. 그렇다면 무역관세를 부과했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게 마련이다. 이는 미중간의 무역거래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중국의 공장을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는 또 1~2년 이상이 걸린다.

둘 째는 수입유통과정에서의 가격흡수 효과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수출할 때는 평상시 100달러에 수출하던 물건이 있다고 하다. 그럼 미국 관세청 통과이후의 가격은 125달러가 된다. 하지만 중국 수출업자는 25%의 증가된 관세율을 감안해서 90달러에 수출한다. 미국 수입바이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가된 관세율의 부담을 적당히 나누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 바이어의 수입가격은 112.5달러가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줄고,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늘어난다. 그것도 미국 입장에서 보면 관세 부과이후 오히려 수입금액이 무려 12.5%나 늘어난다. 그 늘어난 12.5%도 미국 시장내에서의 경쟁, 중국이외의 국가에서 수입한 제품과의 경쟁등을 감안하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결국 수입액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수입업자와 미국내 유통업자가 나눈다면 관세로 인한 충격은 25%에 한참 못 미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국 전체의 입장에서 25% 만큼의 관세 수입이 늘어난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무역수지+관세수입의 전체 금액을 따져보면, 대중국 관세부과 25% 때문에 미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체 부담은 상당히 적자는 줄어든다. 하지만 관세수입은 무역금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줄어든 적자금액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세 째로는 환율의 변동이다. 환율은 주식가격의 변동만큼이나 변화 무쌍하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상당히 관여하는 '꽤' 고정환율제적인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달러-위안화의 환율을 조작했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수출감소를 염려하는 시장에서 당연히 중국 달러를 사들이지 않아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다. 그렇게 1달러=6위안이 1달러=6.6위안이 됐다면, 환율 변동만으로도 10% 만큼의 가격 인상 요인이 줄어든다.

그럼 이제까지 대중국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국 수입금액이 천천히 줄어드는 이유는 △실물 무역거래의 3-12개월의 거래 기간이 주는 왜곡 △무역물품 유통과정에서 가격 인상요인 흡수 △환율이 주는 거래 금액의 변동에 따른 완충효과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실제로 만들어진 물건이 움직이는 무역거래는 금융거래와는 시간의 개념이 매우 다르다. 전화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금융거래는 1초에도 수만번 거래가 가능하지만, 실물 무역거래는 빨라야 3개월이다. 그렇기에 요즘처럼 뭐든지 초단위로 바뀌어야 하는 세상에서 보면 무척이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 일단 변하기 시작하면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충격의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미중간의 무역전쟁을 더 자세히 보고, 대응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중국이 약속한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조건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애초부터 공산주의 체제가 지킬 수도 없고, 지킬 의지도 없는 약속을 하고서, 15년이 지났으니 그냥 인정하라고 미국과 전 세계에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미국 의회는 중국이 말하는 '그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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