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창업'은 현역에서 은퇴하기 전 직장인들이 한 번쯤 마음에 품는 꿈이다. 홍재화 필맥스 사장은 코트라에서 6년을 몸 담다 파나마 무역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돌연 자리를 떴다. 그리고 무역회사인 지금의 필맥스를 만들었다. 홍 사장은 발가락 양말을 유럽 각지에 수출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출간한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포함해 10권 남짓한 무역∙경영 저서를 냈다. 그의 책들 가운데 <무역&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 <홍사장의 책 읽기> 등은 낙양의 지가를 올리며 무역인들의 길잡이가 됐다. 홍 사장의 집필 인생에서 마침표와 쉼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11월이 다가오고 있다. 제법 바람이 차다. 그런데 남은 두장의 달력을 떼어 내도 여전히 겨울에 머무를 것 같은 나라들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다. 양국의 냉전 체제는 벌써부터 동파 위기에 몰렸다.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북파크에서 만난 홍 사장은 미∙중 무역 전쟁의 속사정과 파장을 규명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인다. 그는 미국이 만든 보호무역주의의 틀이 실상은 자국 보호를 위한 자유무역주의라고 주장한다.

홍재화 필맥스 사장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홍재화 필맥스 사장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아래는 홍재화 필맥스 사장과의 일문일답> 

Q. 환율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타국에 비해 유독 높다. 왜 그런가?

A. 올해 환율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39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매년 중국은 높은 수치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다. 중국은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전 세계의 공장과도 같다. 실제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기도 하고, 정부 보조금 제도로 인해 실제 생산비보다도 수출 가격을 낮게 매길 수 있다. 이처럼 몇가지 불공평한 경쟁에 의해 중국의 생산능력보다도 낮은 가격이 상품에 매겨져 높은 수치의 흑자가 나는 것이다.

Q. 매번 미국이 주요교역국 가운데 심층분석대상국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나.

A. 미국 입장에서는 공평한 조처다. 모든 나라는 미국에 수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국 수출품의 값을 낮춰야 한다. 그래서 수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통화 가치를 절하하고 환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미국은 비록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자국 통화의 가치에 비해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을 매기는 국가를 추려 경고를 해야 한다. 모든 국가가 달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국이 환율보고서의 발간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이다.

Q.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수출 흑자 액수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게 원화 가치 절상 압박을 가해, 수출량을 줄이도록 회유하고 있다. 

홍재화 필맥스 사장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홍재화 필맥스 사장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Q. 지난달 3일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가 공개됐다. 무역 협상 결과를 진단한다면?

A. 잘 타결됐다고 본다. 원산지 기준 상향 요구에는 잘 방어했고, 픽업트럭 수입관세 철폐 시기는 23년 후로 미뤄졌다. 픽업트럭은 한국에서 생산·판매되지도 않고 있고, 미국에서만 팔리는 트럭이다. 때문에 관련 산업을 준비 중이었던 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가장 타격이 적은 분야도 픽업트럭 부문이다. 

Q.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가, 추후 발표되는 美 상무부의 자동차 관세 조사보고서 결과에 따라 무력화될 수도 있지 않나.

A. 문제는 곧 조사 결과가 나올 미국 상무부의 결정이다. 상무부가 지난 5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한국 자동차도 고율 관세 적용 대상이 된다면 미국에서 수출가격 경쟁력은 0에 수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한∙미 FTA가 무의미해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외의 영역에 있어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FTA는 특정 나라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별법과 같다. 반면 자동차 관세의 경우 세계 각국에 보편적 영향을 미치는 일반법이다. 즉 우리나라는 FTA 개정협상을 거쳤다는 점에서 특별법 보장을 받는 것이다.

Q. 美 상무부가 자동차 관세 조사보고서 발표 기한을 2월로 뒀지만, 트럼프의 중간선거가 내달 6일에 있어 그 전에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A. 트럼프에게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개별 항목으로 따져볼 때 중간선거 때문에 일정을 조정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지 않았나. 중간선거 이전에 필사적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보고서 결과를 일찍 발표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이미지=Telecoms)
(이미지=Telecoms)

Q. 한편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A. 미국은 1년에 수천억 달러 꼴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또 미국이 수년간 노력한 연간 6천억 달러 상당의 지적 결과물은 중국으로부터 끊임 없이 침해 당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가 대통령일 때부터 중국과 무역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중국은 미국의 불만을 알고 있지만, 개선 의지는 보인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미·중 전쟁을 패권 전쟁의 연장선으로 본다. 미국에게 있어 패권 전쟁의 끝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다. 하지만 중국이 제창하는 것은 공산당과 중화사상이다. 이 전쟁은 무역 전쟁의 범위를 벗어나서 자유주의와 공화사상 간의 패권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역을 정치로 간주하고 미국이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Q.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자유무역주의가 아닌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A. 오히려 현재 자유무역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모든 국가가 달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달러를 풀어 둔다. 고율 관세 등의 경제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국은 '주요 교역상대국들 또한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고, 생산원가에 마진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항변하는데, 미국의 입장에 동의한다. 예컨대 독일에서 5만 달러에 책정되는 BMW도 미국에서는 그보다 적은 3만 달러 정도에 판매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소비량이 가장 큰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동차 관련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에서 차량을 판매하며 원가를 보존하고 타국 판매에서 마진을 남기는 방식을 채택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주요 물품의 생산원가 보존에 관해 자국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마땅할 수 있다.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일삼을 때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를 비호한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행태를 방관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완전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는 없다. 상대적으로 타국에 비해서 미국은 상당히 자유무역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간 미국이 맺었던 중미, 북미 상대의 FTA의 경우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조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 (사진=로이터)
트럼프와 시진핑 (사진=로이터)

Q. 미국은 중국의 보복이 두렵지 않은 듯하다.

A. 당연하다. 중국이 미국의 국채 매입을 줄이는 방법으로 간접 보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어폐가 있다. 중국의 미국 외환보유액을 확보비율은 9%에 지나지 않는다. 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매도한다고 해도 미국 정부의 재정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 경제에 제동을 건 이유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때문인가?

A. 그렇지 않다. 원래 미국의 입장은 고집스런 사상을 버리고 정당한 무역 조치를 통해 같이 성장하자는 것이었다. 미·중 전쟁은 이에 응하지 않은 중국이 자초한 비극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중 전쟁을 일으켰다는 의견은 본질을 벗어난 생각이다.

Q. 그렇다면 미·중 무역 전쟁의 승자는 역시 미국?

A.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양자 택일해야 한다면, 미국이 승리할 것이다. 만일 패권다툼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피해를 최소화할 능력을 갖췄다. 지금도 충분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Q. 한국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받는 타격은.

A.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직 미·중 무역 전쟁이 우리나라에 손해인지 이득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할 물품을 한국을 통해 수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 된다. 반면 대중 중간재 수출에 유탄을 맞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중간재로 제조를 한 후 미국에 수출한다.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미국 수출이 불분명해지면 한국의 수출 역시 장담할 수 없다.

Q.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드와 미·중 전쟁. 한국 기업들은 이 고난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가.

A. 수출의존도를 낮출 수는 없다. 한국의 땅에서 생산되는 천연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보다는 수출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혜안이다. 기업의 수장들은 외부의 영향을 잘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하며 매출 극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국민들은 적극적인 반기업정서를 거두고 기업이 경영환경을 일구는 것에 일조할 필요가 있다. 국가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다소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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