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10여년간 꼬박꼬박 저축해왔던 자금에 대출을 더해 회사 근처에 집을 분양받았다. 새 집, 내 집에 들어갈 가전제품, 침대, 블라인드 등을 새로 구매하고 나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입주 날짜에 맞춰 주문을 하고 집기들 배치를 다시 한 번 구상하려 집에 들렀다.

'침대는 이쪽, 티비는 이쯤이 적당하겠고, 그리고 여기에 러그를….'하고 바닥을 본 순간 '맞다! 청소' 마음이 급했다. 완벽한 준비라 생각했는데 청소를 생각을 못했다. 부랴부랴 검색을 하려고 하던 찰나 얼마 전 청소 창업을 한다던 친구가 떠올랐다. 전화를 하자.

"야, 잘 지내냐? 장사는 잘되고?" 등의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한테 입주 청소를 맡기고 싶은데 예약되냐?"라는 물음에 "내 일정으로는 2달 후쯤 가능해"라는 대답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잘 되는 건 알았지만 2달이라니. 입주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그럼 싸고 잘하는 곳 좀 알려줘, 싸고 잘하는 곳이 있을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그럼 비쌀수록 좋은 거야?", "비싸면 비쌀수록 다양한 옵션과 시간이 들어가겠지만 그것 역시 정답은 아니야"

다홈케어 박현익 홈케어기술팀장.
다홈케어 박현익 홈케어기술팀장.

어쩌라는 거지? 뭘 어딜 골라야 하냐고!

"침착하고, 잘 들어봐 친구야"

"첫째, 적당한 가격을 골라. 입주 청소도 사업이야. 새집 기준으로 20~30평(66~99㎡) 사이는 2명이 들어가야 하고, 단가가 싸면 하루에 3~4집은 해야 생계가 유지되시겠지. 그럼 너네 집을 어떻게 구석구석 다 신경을 쓰겠냐? 해야 할 범위는 같은데 말이지. 적당한 가격의 업체라면 한 집만 해도 여유로울 것이며, 욕심이 나서 다음 집을 하더라도 평균 이상의 시간을 계산해서 다음 집을 예약받겠지? 급하게 가버릴 일이 없다는 거야"

"둘째, 신경 썼으면 하는 곳을 알려줘. 집에 있으면서 네가 가장 오래 머물러 있을 곳, 네 눈이 가장 많이 갈 곳 등을 생각해서 작업 시작 전에 현장에 계신 사장님 또는 팀장님에게 공지해드려. 물론 모든 곳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시겠지만 포인트가 없다면 네가 가장 오래 머물러 있을 곳과 하루에 한두 번 열까 말까 한 보일러실, 세탁실이 평균적으로 청소가 되겠지? 이 부분이 너의 만족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셋째, 청소 중일 때엔 그들을 믿고 기다려. 제대로 된 청소 업체를 선정했다고 판단이 되면 믿고 기다려. 그들의 프로세스가 있는 거야.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는 같은 위치를 3번 닦아. 그런데 1번 닦고 지나가는 모습만 보고 '왜 대충 하고 지나가나요. 더 닦아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다시 닦을 거예요'라고 말을 해도 변명으로 밖에 안 보이겠지? 중간중간 안된 부분을 기억해 뒀다가 마지막에 한 번 더 확인해"

"마지막 팁, 부족한 부분은 당일에 네가 꼭 방문해서 확인하고 A/S(사후관리)를 받아. 유명하거나 잘한다고 소문난 업체일수록 예약의 양이 많아. A/S를 접수를 하더라도 예약이 비거나 작업이 끝나는 시간에 A/S를 받을 수 있겠지? 되도록 작업자가 있을 때 해결하고 보내는 게 가장 좋은 거야"

그렇게 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큰 스트레스 없이 청소를 마쳤고, 맨발로도 다닐 수 있게 바닥 코팅을 한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 음악을 듣는 중, 얼마 후 이사 가는 다른 친구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얼마 전에 이사했지? 입주청소 싸고 잘하는데 없냐?"

"침착하고, 잘 들어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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