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수년전만 하더라도 에어컨 분해 청소의 필요성을 몰랐다. "냄새가 나든 말든 시원하기만 하면 돼"라며 무시하고 여름을 났다.
2015년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메르스(전염성 질병균)'가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때 어느 병원 벽걸이 에어컨 필터에서 메르스균이 최초로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에어컨청소 기사님을 불렀다. 홈케어서비스 업체에서 나온 기사님은 왜 에어컨청소가 필요한지 3가지로 나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첫째, 에어컨 필터에는 카페트의 약 8배에 달하는 곰팡이가 서식한다. 실내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이 실내를 돌아다니다 에어컨 실내기 내부로 들어가 쌓이고 오염되면서 곰팡이와 세균이 돼 쌓인다. 에어컨 분해청소를 하지 않고 수년간 에어컨을 써오던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째,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 에어컨 분해청소 유무에 따라 전력소모량이 달라지게 된다. 에어컨 필터에 쌓여 있는 먼지와 곰팡이, 세균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만으로 연간 전기세를 무려 13%나 절감할 수 있다. 청소를 안 하면 금전적으로도 손해라는 얘기다.
셋째, 에어컨 분해청소로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 "이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묻자 홈케어서비스 기사님은 어느 학교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 사건을 예로 들었다. 경북 상주에 있는 모 여자고등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학생 591명 중 142명이 설사증상을 보여 입원치료를 받게 됐는데 조사해보니 에어컨 표면에서 세레우스균이 검출됐다.
메르스 이후로 관공서 및 학교, 병원은 연 1~2회 의무적으로 에어컨청소를 실시해야 한다는 위생지침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어컨을 방치하고 있는 곳이 더 많다. 기사님은 "집안에 면역력이 약한 학생이나 환자가 있다면 꼭 에어컨청소를 하라"고 당부했다.
봄이 왔다는 걸 눈치챌 겨를도 없이 어느덧 무더위가 찾아왔다. 에어컨을 켤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제 저녁 부모님께 에어컨청소를 선물했다. 홈케어 관련 앱에서 수령인명과 주소창에 부모님의 성함과 주소를 적고 결제버튼을 누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작 에어컨청소를 선물했을 뿐인데 부모님께 건강을 선물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