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해에 이어 현대그룹 인사들이 또다시 북한을 방문한다. 현대아산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는 금강산 현지에서 진행된다. 현대그룹 측은 지난해 3차례 방북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북한 관련 사업권을 갖고 있다. 그런만큼 잇따른 방북 행보가 남북간 경제협력에 마중물로 작용지 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현대아산 창립 20주년 행사에는 배국환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20여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8일부터 1박 2일간 금강산을 방문, 기념식과 기념만찬 등 일정을 소화한다.

현대그룹 측에 의하면 이번 방북은 육로로 진행된다.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오전 10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창립 20주년의 상징성을 고려해 금강산행사를 추진하게 됐고, 북측이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며, “현대아산의 남북경협 20년 역정을 되돌아보며, 사업정상화와 재도약 결의를 다지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 배국환 사장 (사진=현대그룹)
현대아산 배국환 사장 (사진=현대그룹)

 

현대아산은 1998년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듬해 현대그룹에서 창립한 남북경협사업 전문 계열사다. 7대 사업권 등 북측 SOC사업 합의,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을 실현시켰다. 

현재 현대아산 지분 67.8%를 같은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소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방북소식에 최대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다.

지난 7일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3.8%가량 상승해 12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상승 요인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남북 화해무드에 따라 곧 대북사업이 재개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본업 성패보다는 대북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방북했을 때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현재 관련 업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진행되는 방북이 의미가 크다고 판단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대북사업이 곧 재개되는 신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그룹이 대북 관련 팀을 꾸려 사업을 진행 중인 사실도 소문을 부풀렸다. 또한 현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는)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준비 등으로 분주한 한 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이번 방북은 현대아산 창립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대북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통일부 관계자도 “이번 행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못박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발언 배경으로 아직 풀리지 않은 북미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 유엔 등으로부터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미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없다.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이후 발전되는 상황에 따라 대북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금강산관광 관련 행사에서 기념사를 낭독하는 현정은 회장(사진=현대그룹)
지난해 11월 금강산관광 관련 행사에서 기념사를 낭독하는 현정은 회장(사진=현대그룹)

한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총 3차례에 걸쳐 방북했다.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 행사,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금강산관광 20주기 행사를 소화하기 위해서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현 회장은 "이제 희망이 우리 앞에 있음을 느낍니다. 이 남북경협의 개척자이자 선도자로서 현대그룹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남북경제 협력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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