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이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내부거래 개선에도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켜본 '시장경제의 파수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내년엔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확산하도록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제도 개선을 함께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28일 발표한 '2018년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사례'를 보면, 올 한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 60곳 중 15개 집단에서 자발적으로 개선안을 내놓거나 이미 추진했다.

개선 사례는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 축소 등 내부거래 개편,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소유구조 개편, 사외이사 기능 강화 등 지배구조 개편 등 크게 3가지 유형이다.

서울시청 일대 도심 전경.
서울시청 일대 도심 전경.

10대 집단 중에선 총수가 없는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고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나머지 8곳 모두가 개선안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 10대 미만 집단에선 LS,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태광, SM, 현대산업개발 등 7곳이 동참했다.

삼성과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등 5개 집단은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고, SM은 최근 1년간 185개 순환출자고리 중 162개(87.6%)를 끊었다. 현대산업개발도 1개 고리를 없앴다. 이에 지난해까지 282개였던 공시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올해 31개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주회사 전환도 활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환을 완료했고, 효성은 추진 중에 있다.

SK와 LG, 롯데, LS 등도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SK는 행복나래를 단독 증손자회사로 전환해 계열사간 위험 전이를 방지한다는 지주회사 제도의 취지를 따랐다. LG는 그룹 내 유일했던 지주체제 밖 계열사 지흥의 총수일가 지분 전량을 외부매각하면서 100%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와 LS도 체제 밖 계열사 롯데케미칼, 가온전선을 각각 지주 안으로 들였다. LS는 또다른 체제 바깥 계열사 예스코를 투자부문(예스코홀딩스)과 사업부문(예스코)로 물적분할한 뒤 예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S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했다. 삼성은 주요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고, LS는 (주)LS와 LS산전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변경했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일반 주주로부터 공모해 뽑았다.

SK는 (주)SK와 SK하이닉스에 선임사외이사 제도(사외이사 대표로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제도)를 시행키로 하고, (주)SK엔 사외이사 1명이 주주·이해관계자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는 주주소통위원제도를 도입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또 SK와 LG, GS, 한화, 대림, 태광 등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외부에 팔거나 회사를 청산하는 작업을 벌였다.

SK와 LG는 총수일가가 각각 24.0%, 19.9%씩 갖고 있던 계열사 SK디앤디(D&D), 판토스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LG의 경우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진 않지만 지주회사 (주)LG를 통해 갖고 있던 서브원의 전략구매관리(MRO)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신설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내년 상반기 외부에 매각할 계획이다.

GS는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계열사 엔씨타스를 아예 청산했다. 또 시스템통합(SI)업체인 계열사 GS아이티엠은 외부 사모펀드(PEF)에 매각해 기존 지분 80.6%에서 16.1%까지 낮출 계획이다.

한화는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한화에스앤씨를 지난해 물적분할한 다음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거나 지분을 PEF에 파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태경화성은 아예 청산해 버렸다.

대림은 부동산컨설팅업체 에이플러스디를 다른 계열사(오라관광)에 증여했고, 총수일가 지분이 100%였던 계열사 켐텍은 지난 4월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시켰다.

태광은 티시시의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분을 계열사(태광산업)에 무상증여하고, 다른 계열사(태광관광)에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LS와 대림, 현대백화점은 주력 상장사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해 내부거래 관련 개편작업을 진행했다.

공정위는 지난 1년간 이들 그룹의 개선 노력에 대해 "소유지배구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총평을 내리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과 소통(포지티브 캠페인)을 이어가면서 기업 스스로 소유지배구조와 경영 관행을 개선하도록 하는 방침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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