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에게 지난 두달은 유례없이 긴 시간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의혹과 관련 증거가 연이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결국 이 전 회장은 논란을 뒤로하고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당분간 태광그룹 수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 수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금계산서 없이 대리점에 섬유제품을 판매하는 무자료 거래와 직원 급여를 허위로 회계 처리 하는 등 회삿돈 400억원대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그룹에 9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 전 회장 재판은 구속상태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수감 60여일 후인 2011년 3월,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이 간암 3기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2012년 6월 간암 수술 등을 이유로 이 전회장은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후 보석은 7년 넘게 지속된다. 이 기간동안 이 전회장은 재판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태가 변하기 시작한 건 올해 11월부터다. 이 전 회장이 술, 담배 등을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 술집에서 이 전 회장이 자주 목격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법원은 이 전회장의 거주지를 집과 병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때문에 ‘황제 보석’ 논란이 불거지며 다시 구치소로 수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지난 6일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이 전 회장 보석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의 건강검진과 보석기간 중 거주지 제한 위반, 허위진단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태광그룹 사옥 전경.(사진=태광그룹)
태광그룹 사옥 전경.(사진=태광그룹)

지난 12일 서울고검에서 2차 파기 환송심 첫공판이 열렸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보석은 불구속 재판 원칙의 결과”이며 “재벌 특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황제보석 논란에는 배후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중벌을 면할 목적으로 도주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법원이 취소 사유를 심리해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다. 이 전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지낸지 2359일만이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구치소행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서 태광이 소유한 골프장을 통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적인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약 4300명에 이르는 로비 목록에는 비서실장과 법무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전 회장은 그룹 일감몰아주기와 금융계열사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위와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며 "전직 법무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금감원 부원장 등이 태광그룹 골프장에서 접대를 받은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하지만 대검찰청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따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태광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관계자 역시 "아직은 증거가 부족해 (검찰이) 관련 혐의를 엮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태광그룹 관련 혐의를 제기했던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도 "아직까지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전 회장이 계열사 밀어주기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 대신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발행한 도서상품권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전 회장을 검찰 고발하는 방안을 전원회의에 올린 상태다.

여기에 태광바로잡기투쟁본부, 참여연대 등 많은 시민단체가 태광그룹 관련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형령 혐의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라며 사건을 다시 2심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6일에 열릴 예정이다.

보석 취소로 수감되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사진=YTN)
보석 취소로 수감되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사진=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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