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LS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또 휩싸였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받은 이후 불과 5개월여만이다. 그동안 규제당국인 공정위의 법 적용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때문에 공정거래법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따른다.

최근 경제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LS그룹 계열사인 한성이 일감 몰아주기에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이 계열사끼리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 총수 일가에게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한 경쟁 저하, 중소기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을 불러온다. 

현재 공정위는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면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지목된 한성은 LS그룹 구자철 회장이 35%, 예스코홀딩스가 6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예스코홀딩스의 대표이사는 구 회장이다. 따라서 한성 역시 사실상 구 회장 개인회사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홈페이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문제는 한성의 매출액 절반 가량이 내부거래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성의 매출액은 연간 50억원 규모다. 한성피씨건설에서 20억원, 한성플랜지에서 3억9100만원을 거둬들였다. 

경제개혁연대는 구 회장이 한성과 해당 자회사에 등기임원으로 기재돼 있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친족분리는 총수 회사도 독립경영이 가능하면, 사익편취 규제 등 관련 규제를 받지 않도록 만든 제도다.

과거 한성과 관련 계열사들은 독립경영을 하겠다는 이유로 계열사에서 분리됐다가 다시 LS그룹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이 특수관계인이 아닌 등기임원으로 분류됐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계열 재편입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공정위가 부분적인 해석에만 치우쳐 전체 규제상의 모순을 외면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LS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관련 제재만 총 9차례에 이른다. 제재 금액만 총 416억원. LS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6월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위반 혐의로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LS그룹 총수일가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 중이다. 이에 LS그룹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재판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 공정경제를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내부거래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사익편취에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된 이후 27차례에 걸쳐 수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적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10대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법 위반건수가 올해 상반기에는 38건뿐이고 이 중 31건이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듯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법 자체가 처벌 근거로 삼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이유였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8월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큰 틀에서 법 집행 체계 개편, 대기업집단시책 개편,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 법집행 투명성 강화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여기에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와 관련한 일감 몰아주기 기준도 강화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상장 여부와 관련 없이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다. 또한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도 규제 대상에 오른다. 이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기존 231개에서 607개로 늘어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현 공정거래법 규제 틀은 변화한 경제여건과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법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좀 더 엄격한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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