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대상으로 하는 유료방송 합산 규제가 지난 6월 일몰된 가운데, 이를 연장 또는 부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신경민 의원은 지난 2016년 합산규제가 영구적으로 적용되는 법안을, 추혜선 의원과 김석기 위원은 지난 6월 27일 합산규제 일몰 이후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려는 법안(개정안)을 낸 상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되면서 법안을 낸 의원들이 과방위를 모두 떠났다. 이에 따라 합산 규제가 다시 국회를 통과해 결국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상반기 정치적인 이유로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로 일몰됐기 때문에 논의가 다시 재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움직임이 적극적인 상황이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합산 규제 연장 및 재도입에 대한 법안을 낸 의원은 신경민 더불어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당에서 합산 규제에 대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최종 마무리된 과방위 의원 명단에서 이들의 이름은 없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기업계열(KT+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2015년 6월 합산 규제가 시행될 때 3년 일몰을 조건으로 만들어졌고, 올해 상반기 일몰을 앞두고 합산규제를 연장할 지 폐지할 지 논의가 진행돼야 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합산 규제가 일몰되자 그동안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던 국회에 대해 비판이 이뤄졌고 일몰 후 추혜선 의원, 김석기 의원 등이 합산 규제 연장 또는 재도입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KT스카이라이프
사진=KT스카이라이프

과방위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합산 규제의 경우 2년 연장이 유력했지만 정치적인 상황으로 올해 상반기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며 “회의만 진행됐어도 합산규제가 연장되는 것이 유력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경우 합산 규제 법안 통과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며 “하지만 과방위 법안 소위에 법안이 올라올 경우 논의에 임하겠다는 의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과방위를 모두 떠났기 때문에 합산 규제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들은 이와 상관없다고 말한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다른 관계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합산 규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법안을 낸 의원들이 과방위에 없어도 다시 법안을 내는 등 적극적인 행태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 시장의 경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합산 규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안을 낸 의원들이 모두 과방위에 없어도 이에 대한 영향 없이 논의가 될 것이다. 다른 법안보다 합산 규제안을 우선 순위에 두고 논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산 규제 법안, 다시 국회에서 통과될까 

합산 규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 이에 따라 상임위 간사들이 합의에 법안소위를 구성할 수 있다. 과방위에 따르면 과방위 위원장은 노웅래 더불어 민주당 의원, 여당 간사는 김성수 더불어 민주당 의원, 자유한국당 간사는 정용기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는 신용현 의원, 평화와 정의당 간사는 김경진 의원이다. 

망중립성이나 포털 규제 등 정치적인 사안이 아닐 경우, 합산 규제는 논의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즉, 일몰 전에 연장에 대한 상당한 공감을 얻었던 합산 규제의 경우 국회만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케이블TV협회 측은 “(합산 규제가 폐지되면) KT의 유선 네트워크 지배력이 특수관계자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시장으로 전이돼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쟁력이 약한 채널(SO)들이 편성에서 배제돼 시청자 복리 후생이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는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 출현을 방지하며 현재 약 30.5% 점유율을 가진 독보적 1위 KT가 위성방송을 통해 가입자를 최대 100%까지 확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국회 과방위에서 여야를 가지지 않고 합산 규제 1~2년 유예 방안이 상당히 공감대를 얻었다”며 “국회 과방위 일정만 제대로 잡혔어도 합산 규제 유예는 유력했다. 일몰을 눈 앞에 뒀지만 다시 논의를 시작해 대체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유료 방송 연구반 결과 공개...이유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합산규제 관련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과장은 “지난해 KISDI가 연구한 합산규제 관련 보고서가 마무리되고 있다”며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기정통부와 KISDI는 유료 방송 시장 관련 수치나 통계 등의 최종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일몰에 앞서 합산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을 구성했다. 규제의 연장, 폐지, 수준 조정, 대안 마련 등 각 정책방안별로 심층 연구를 진행해왔다.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연구반 운영 결과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2017년 내 정책방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합산 규제가 일몰된 현재까지도 연구반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과기정통부가 조만간 합산규제 관련 연구반의 보고서나 KISDI의 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일몰 전 국회에서 합산 규제 1~2년 연장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논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합산 규제 법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KT 고위 관계자는 “합산 규제의 경우 규제 법안인데, 규제에 비해 시장 전체의 이익이나 혜택이 매우 적다”며 “시장 논리에 반하는 법이고, 3년의 기간 후 일몰되기로 했기 때문에 현재 합산 규제 안이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 점유율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 점유율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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