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사실상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대상으로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현재 후폭풍이 거세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기업계열(KT+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합산 규제가 28일부터 효력이 없어지자 이 규제를 다시 부활하는 법안이 이르면 29일 발의된다. 또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산 규제에 대한 연구반을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했는데 이에 대한 결과 역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28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합산규제를 다시 연장하는 법안(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추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6월 27일까지 효력을 가졌던 합산규제 관련 부칙을 개정해 향후 2년간, 즉 2020년 6월 27일까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연장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혜선 의원은 “유일하게 KT만 IPTV와 위성방송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 일몰에 따라 위성방송만 규제에서 벗어나게 돼 KT가 자회사인 KT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시장 독점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합산규제는 현행 법체계 내에서 플랫폼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공정경쟁을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지키기 위해 아직은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법안을 발의할 것이 유력하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유료 방송 합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며 “이르면 29일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합산 규제 일몰 전에도 2년 유예를 하자는 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며 “국회에서는 지난 4월부터 상임위가 열리지 않아, 합산규제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국회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방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합산 규제안은 2년 연장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합산 규제 법안이 일몰될 경우 당장 일어나는 변화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규제가 풀린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의 유료방송점유율은 20.21%, KT스카이라이프는 10.33%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산할 경우 30.54%로 규제 상한선인 1/3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다.

합산 규제안이 오는 6월에 일몰될 경우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각각 독립적으로 규제 제한(1/3)을 받기 때문에 여유가 크게 생긴다. 합산 규제가 일몰되면 두 회사는 각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가능함은 물론, 시장 점유율만 볼 때 다른 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합산 규제 일몰로 유료 방송 1위 사업자인 KT가 CJ헬로 등 다른 사업자를 인수한다고 나설 경우 그 영향은 클 전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특정 기업(KT와 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KT 그룹의 가입자 모집 활동이 다시 탄력을 받고, 사업자 간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유료방송이 디지털 전환 마무리 단계여서 케이블TV의 가입자 이탈이 완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몰 후 연평균 가입자는 5만명 증가가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사진=KT스카이라이프
사진=KT스카이라이프

합산 규제, 언제 국회에서 다시 논의 될까

합산 규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다음달 17일 전에 원 구성이 이뤄질 경우 여야 상임위 간사들이 합의에 법안소위를 구성할 수 있다. 망중립성이나 포털 규제 등 정치적인 사안의 법안이 아닌 법안들은 논의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즉, 일몰 전에 연장에 대한 상당한 공감을 얻었던 합산 규제의 경우 국회만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케이블TV협회 측은 “(합산 규제가 폐지되면) KT의 유선 네트워크 지배력이 특수관계자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방송시장으로 전이돼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쟁력이 약한 채널(SO)들이 편성에서 배제돼 시청자 복리 후생이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는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 출현을 방지하며 현재 약 30.5% 점유율을 가진 독보적 1위 KT가 위성방송을 통해 가입자를 최대 100%까지 확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국회 과방위에서 여야를 가지지 않고 합산 규제 1~2년 유예 방안이 상당히 공감대를 얻었다”며 “국회 과방위 일정만 제대로 잡혔어도 합산 규제 유예는 유력했다. 일몰을 눈 앞에 뒀지만 다시 논의를 시작해 대체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유료 방송 연구반 결과 공개...이유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합산규제 관련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김정기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과장은 “지난해 KISDI가 연구한 합산규제 관련 보고서가 마무리되고 있다”며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기정통부와 KISDI는 유료 방송 시장 관련 수치나 통계 등의 최종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일몰에 앞서 합산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을 구성했다. 규제의 연장, 폐지, 수준 조정, 대안 마련 등 각 정책방안별로 심층 연구를 진행해왔다.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연구반 운영 결과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 2017년 내 정책방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합산 규제가 일몰된 현재까지도 연구반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과기정통부가 조만간 합산규제 관련 연구반의 보고서나 KISDI의 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일몰 전 국회에서 합산 규제 1~2년 연장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논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합산 규제 법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KT 고위 관계자는 “합산 규제의 경우 규제 법안인데, 규제에 비해 시장 전체의 이익이나 혜택이 매우 적다”며 “시장 논리에 반하는 법이고, 3년의 기간 후 일몰되기로 했기 때문에 현재 합산 규제 안이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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