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미국 경찰이 장례식장을 찾아가 용의자인 고인의 사체에 손을 댔다.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 사체 지문으로 고인의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영장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생활보호 및 합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경찰의 사체 지문을 이용한 잠금해제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21일(현지시각) 탬파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월 23일 플로리다주 라르고시 경찰이 와와주유소에서 30세의 라이너스 F. 필립을 총격 끝에 사망케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필립이 자동차로 달아나기를 시작할 때 그를 수색하는 중이었다.

영장없이 죽은 사람의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합법적일까.(사진=애플)

며칠 후 클리어 워터의 실반 수도원 장례식장에 2명의 형사가 사망한 남자의 휴대폰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영장도 없이 필립의 사체로 가서 그의 생명없는 손가락을 휴대폰 지문센서에 올려서 핸드폰의 잠금을 풀려고 했다. 당시 필립의 약혼녀가 장례식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28세의 빅토리아 암스트롱은 형사들의 행동에 “멸시당하고 침해당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라르고 경찰의 랜달 채니 경감에 따르면 경찰은 필립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돕기 위해 고인의 휴대폰에서 데이터를 보존하고, 이와 별개로 필립이 관련된 마약조사를 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 잠금장치 해제를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들 형사의 행위는 합법적이며 사후에는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영장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테슨대 법과대의 찰스 로즈 교수는 “고인은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대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살아남은 가족은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끔찍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영장없이 사체의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탬파베이 타임스는 지난 3월23일 도망중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의 사체에서 영장도 없이 지문을 채취해 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총격사망 현장인 플로리다의 한 주유소 (사진=탬파베이타임스)

이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샌 버나디노 총격범이자 사망한 사이드 파룩의 아이폰5c 잠금해제를 해줄 암호를 공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애플과 미 법무부 간의 싸움을 상기시킨다.

정부가 범인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애플이 ‘Govt.OS’로 불리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만드는 것이었다. 애플은 일단 ‘Govt.OS’가 개발되면 널리 퍼져 저장된 어떤 아이폰의 개인정보라도 도난당할 위험이 있다며 이의 개발을 거부했다. 미법무부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암호해제업체의 도움으로 휴대폰 잠금을 해제했다.

당시 FBI는 총격범 파룩이 자신의 전화에 입력했을 다른 총격사건 공모자들의 위치와 이들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결국 FBI는 휴대폰을 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암호를 풀었지만 수사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지난해 애플이 파룩의 휴대폰을 열라는 법원명령을 따르지 않는 가운데, 라르고시 서쪽 128km 떨어진 포크카운티의 보안관 그레디 저드는 “만일 애플에 아이폰을 열라고 요구했을 때 팀 쿡 애플 CEO가 거부한다면 팀 쿡을 감옥으로 던져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누군가의 지문을 사용해 경찰에 대한 수사관련 증거를 찾는 것은 미국 수정 헌법 제5조의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는 것에 대한 보호를 규정한 내용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의 재판관은 휴대폰 암호를 묻는 것이 제5차 미국수정 헌법 위반이라고 말하면서도, 해당 휴대폰을 열기 위해 지문을 얻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놓았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용의자가 자신의 암호를 질문받는 경우 그는 자신의 마음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지문을 채취한다고 해서 용의자가 정보를 누설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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