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미국 소셜미디어 서비스 기업 텀블러 측에 불법, 유해 콘텐츠를 삭제·차단하는 자율규제 시스템에 참여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성인 게시물을 허용하는 텀블러는 국내에서 음란물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미국 소셜미디어 서비스 기업 텀블러 측에 국내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현재 방심위는 텀블러의 협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텀블러를 국내 제도권으로 이끌기 위해 참여를 설득 중”이라고 전했다.

텀블러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본사 대표의 공석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텀블러 창업자 겸 CEO인 데이비드 카프는 지난해 11월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했다. 이후 텀블러는 현재까지 CEO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방심위는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통신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2년부터 주요 인터넷기업들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줌인터넷, 구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이 시스템에 가입한 51개사는 방심위가 심의하기 전 음란물 등 명백한 불법 정보들에 대해 자율적으로 삭제하고 조처해야 한다.

방심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텀블러 측에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가입해 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에 불법 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으나 텀블러 측은 미국회사라는 이유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텀블러는 “우리 회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존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요청을 거절했다. 텀블러는 데이비드 카프 전 CEO가 2007년 미국에서 창업해, 2013년 야후에 11억달러에 매각됐다. 현재 텀블러는 미국 회사 오스의 자회사다.

이처럼 국내법이 미치지 않아 당국의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텀블러는 수많은 성매매, 음란 등 불법, 유해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는 2017년 한 해 동안,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유해정보 8만4천872건에 대해 해당 기업들에 시정요구를 했다. 그 중 성매매, 음란정보 부문에서 텀블러가 2만2천594건(99.4%)으로 시정요구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방심위 2017년 사이트별 시정요구 현황 (자료=방심위)

현재 방심위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을 통해 텀블러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사용자들은 텀블러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접할 수 없다. 하지만 정작 텀블러에 등록된 영상물은 삭제되지 않기 때문에 우회접속을 하거나 외국 사용자가 유해 콘텐츠를 재유포할 경우 실효성이 없다.

방심위는 올해 ‘불법·유해정보 유통 차단’을 주요 업무계획 중 하나로 발표했다. 이를 위해 자율규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업자 대상 가이드라인을 마련, 국내외 사업자의 자율시스템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텀블러도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텀블러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를 해야 방심위가 유해 콘텐츠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면서 “만약 협의가 이뤄질 경우 심의 전 텀블러가 불법, 유해 콘텐츠를 신속하게 삭제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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