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화웨이와 샤오미 등 해외 제조사의 스마트폰이 12월 출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일정 정도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출시되는 외산폰만 3종이다. KT는 지난 5일부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P10 라이트를 ‘비와이폰2’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와이폰2는 KT가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비와이폰의 후속작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TCL은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를 통해 이달부터 ‘블랙베리 키원’을 이달 중순에 판매하기 시작한다. 블랙베리 키원은 TCL이 지난해 말 블랙베리 브랜드를 인수한 후 출시하는 첫 제품이다. 물리 쿼티 자판이 탑재되며, 가격은 50만원대다.

샤오미 또한 이달 중순에 한국 공식 판매사인 지모비코리아를 통해 ‘미A1’를 출시한다. 29만9000원의 저가 모델임에도 듀얼카메라가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직영대리점에 비와이2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달에 외산폰 출시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왜일까.

업계 일각에서는 연말연시 수요를 공략한 전략이라기보다 국내 유력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제품 출시 일정과 겹치지 않기 위해 조율하다보니 12월까지 밀린 것이라고 전한다. 즉, 삼성 ‘눈치보기’에 따른 일정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통상적으로 매년 3월에서 4월 경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하고, 8월에서 9월 경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보인다. 올해 신작인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은 각각 4월과 9월에 출시됐다.

중저가 브랜드인 갤럭시A 시리즈(A5, A7 등)는 프리미엄 모델이 출시되지 않는 1월과 2월, 6월 등으로 나눠 출시된다. 올해 7월엔 갤럭시노트7를 개량한 갤럭시노트FE까지 판매했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외산폰을 출시할 때 삼성전자 제품 출시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로 이동통신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 프리미엄폰이 출시됐을 때 특정 이동통신사에게만 더 적은 물량을 배정하는 식이다. 제품이 부족한 이동통신사는 타 사로 가입자가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통신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특정 제조사의 제품을 먼저 선택한 다음으로 지원금 등에 따라 어떤 이동통신사에 가입할지 결정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이유다.

CJ헬로가 단독 출시하는 TCL '블랙베리 키원' (사진=CJ헬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다. 이같은 대형사태를 처음 겪었던 이동통신업계는 리콜, 보상 과정에서 불분명한 책임 소재로 일대 혼란을 겪었다. 이후 정부는 대안으로 ‘이동통신 리콜 이용자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제조업자와 이동통신사업자가 리콜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해 적정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제조사만 소비자에게 보상토록 했다. 단말기 결함은 전적으로 제조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요구로 이동통신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소비자 피해 보상에 참여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제조사만 소비자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안이 담겼으나,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도 함께 보상에 참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라며 “이동통신사는 처음에는 적극 반대했으나, 결국 삼성전자에게 두 손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외산폰을 출시하면 삼성전자의 압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차기 신작 출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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