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국내 중저가폰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거의 독점한 상황에서도 블랙베리, 샤오미 등이 최근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초기 모토로라와 현재 애플의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외산폰도 살아남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이는 국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블랙베리나 샤오미 등은 철저히 국내 시장에 없고 마니아층을 겨냥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에 비해 위축됐지만 중가폰이 성장하고 있고, 중국 업체 등의 국내 소비자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달리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업체들도 예전처럼 자급제 방식만이 아닌 알뜰폰 업체인 CJ헬로나 SK텔레콤, KT등 국내 이통사를 통해 출시하는 등 현실성을 고려한 채널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달 26일 알뜰폰인 CJ헬로 전용폰으로 출시된 블랙베리 키2(KEY2)는 블랙베리 특유의 쿼티 키보드를 20% 확대한 한국어 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테두리를 없앤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화면 크기를 넓혔고, 듀얼심 모델로 심카드를 2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출시기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란르준 블랙베리 모바일 글로벌 대표는 “현재 모바일 시장은 획일적이고 유사한 제품으로 흘러간다. 그런 상황 속에서 블랙베리 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며 그 제품이 획일화된 다른 제품 속에서 돋보이길 원한다”며 “우리는 보안과 신뢰성, 그리고 사생활 보호라는 3가지 원칙 하에 다른 제품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보드 자체가 이미 독특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CJ헬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블랙베리는 쿼티키보드 등으로 국내에서도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식 블랙베리 모바일 한국법인 대표가 키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블랙베리 코리아)
신재식 블랙베리 모바일 한국법인 대표가 키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블랙베리 코리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국내 총판 업체인 지모비코리아는 지난 16일 출고가 29만9000원의 5.99인치 저가형 스마트폰인 홍미노트5(Redmi note 5)를 국내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중저가폰 중 5.5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은 SK텔레콤 전용 모델인 갤럭시와이드 시리즈 밖에 없다. 홍미노트5는 5.99인치로 갤럭시와이드3(5.5인치)보다 화면의 크기가 더 크다. 

블랙베리나 샤오미가 최근에 출시한 스마트폰은 모두 삼성전자나 애플, LG전자의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급제폰 판매 업체인 체리폰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이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라며 “구글의 픽셀이나 (예전에 판매했던) 블랙베리의 프리브 등은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유통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예전과 달리 자급제 방식만이 아닌 국내 이통사 또는 알뜰폰 업체를 통해 출시됐다. 블랙베리 키2의 경우 출고가는 실버(64GB) 64만9000원, 블랙(128GB)은 69만3000원이지만 CJ헬로에서 2년 약정 시 실버는 34만9000원, 블랙(128GB)은 39만3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전용폰만이 가질수 있는 혜택이다. 샤오미는 그동안 자급제 방식으로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한 적 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SK텔레콤, KT 등 국내 이통사를 통해 출시한다.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상향됐지만 아직은 자급제 방식이 미약한 국내 시장이기 때문에 현실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테스트베드'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트렌트 확인  

이들이 삼성과 애플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 계속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유는 시장 변화가 빠르고 트렌디한 국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있다. 한국이 전통적인 '테스트베드'(새로운 기술 및 제품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블랙베리 모바일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의 경우 해외보다 뛰어난 통신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시장의 경우 모바일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이 많아져야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고 건강한 유통 구조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알란르준 대표 역시 “한국이 사실 전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요구사항이 많은 시장”이라며 “차별화를 원하는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블랙베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스마트폰 상향평준화로 단말 교체주기가 증가하고 있고,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25%로 상향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갤럭시S9, 아이폰X(텐), G7의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부진함에 따라 중가(40만원~80만원) 시장규모는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가폰 시장의 성장을 지켜본 이들 업체(블랙베리)가 최근 들어 중가폰을 출시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업체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아직 중국 업체에 대한 불신과 부족한 AS망으로 인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상당 수준에 달해 과거와 다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제품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이 잘 알려지기 시작 했다. 시장상황도 중국 업체들에게는 점차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통사들도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협력을 늘릴 수 있다. 샤오미의 홍미노트 5가 SK텔레콤과 KT, 그리고 CJ 헬로를 통해 정식 유통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단말들이 국내에서 정식 발매될 경우, 적절한 출고가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아직도 중국 단말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는 것은 바로 가성비라는 점에서 적정 가격책정의 중요성은 커진다”며 “국내에 정식 유통되는 샤오미 홍미노트5의 출고가가 29만9000원으로 책정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모델들이 블랙베리 키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블랙베리 코리아)
모델들이 블랙베리 키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블랙베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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