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1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17에 연일 수만명의 관람객들이 몰리는 등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온전하게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말을 맞이한 18일부터는 BTC관에 사람들이 이전 이틀 전보다 더 많이 몰려 인기게임이 즐비한 넥슨, 블루홀, 넷마블 등 유명 게임사 부스 근처에는 이동이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대회가 진행되는 펍지주식회사와 피파온라인4등 인기 게임이 많은 넥슨 부스 사이가 가장 큰 혼잡도를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인파 속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게임 체험은커녕 자칫 몰려드는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가 18일 오후 약 한시간 정도 인기 부스 위주로 이동을 해 보니 서울 지하철 출퇴근대 시간의 혼잡도와 유사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가끔씩은 이동을 못하거나 이동하더라도 옆 사람과 어깨가 부딪히는 등 신체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일부 장애인들은 이를 멀찌감치 바라만 보기만 할 뿐 인기게임 부스에 접근하려는 시도도차 하지 못했다. 친구와 함께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스타를 찾은 대학생 신기훈(21)씨는 “게임을 좋아해 올해 처음으로 지스타를 구경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유명 부스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론 사람이 일시적으로 몰려 혼잡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게도 조금 더 나은 관람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조카와 함께 지스타를 찾은 회사원 이모(52)씨도 “휠체어 이동이 너무 힘들다”며 “혼잡도가 덜한 외곽 부스 위주로 이동하고 있는데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이동통로 확보 등 개선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스타 2017 BTC관에서 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인파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게임사 현장 직원들 장애인 관련 정보 숙지 미흡

기자가 18일 오후 유명 게임 체험존이 몰려 있는 넷마블, 블루홀, 펍지주식회사, 넥슨 등의 현장 진행 직원들에게 ‘장애인이 오면 어떻게 안내하나’라는 질문을 해 본 결과 대부분의 현장 요원들은 당황한 반응을 나타냈다. 장애인 관련 내용이 제대로 숙지가 안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넷마블게임즈 부스의 한 현장 진행요원은 “장애인 관련해 특별하게 교육받은 내용은 없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부스를 방문할 경우 계단식 체험존이 아닌 입구 체험존에서 우선 플레이를 하게 해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스 높이가 70cm이상이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플레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전시된 펍지주식회사 부스는 더욱 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배틀그라운드 경기가 진행중이라 많은 인파들이 게임 중계를 보느라 몰려들었는데 장애인 전용석이나 구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반 인파들 통제조차 힘든 상황이 나타났다. 현장 진행 요원에게 장애인 관련 문의를 했더니 ‘특별한 지침이 없다’고 밝혔다.

넥슨부스는 상대적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넥슨 부스 정면에서 맨 왼쪽으로 가면 장애인을 위한 전용 통로와 시연대가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장 입구가 아닌 부스 끝쪽에 위치하고 있어 전용 통로 이동까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넥슨 현장 관계자는 “휠체어를 탄 관람객들을 위해 전용 통로와 게임 시연존을 마련했다”며 “필요하면 장애인 전용 시연존이 아니더라도 일반 시연존의 출구를 개방해 먼저 시연 기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스타 2017 넥슨부스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시연존

지스타 장애인들을 위한 대안은 있나

지스타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스타 개막 첫날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일반인 관람객 입장 시작 전 장애인들이 게임 부스를 둘러보면서 관람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에 지스타를 방문하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전용 이동통로 확보 등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전시회에 사람이 많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 빚어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힘든 관람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은 지스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와 인력 확보 등 문제 때문에 주최측과 업체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스타조직위원회 관계자도 “정식 관람이 시작되기 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체험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주는 일을 해 오고 있다”면서도 “여러 의견들을 듣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애인들을 위한 관람 환경 조성 미흡은 지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대부분 큰 행사에서 다 발생하는 문제지만 분명 관심은 필요하다”며 “예산 문제, 인력 확보 등 장애인 관련 대안을 마련하는 데 장애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자원봉사자 활용 등 여러 대안을 통해 장애인들의 게임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번 지스타 e스포츠 현장을 유심히 보니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게임’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며 “지스타 현장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에 대해 조직위와 게임업체들이 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오후 지스타 2017에 몰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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