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가상화폐를 직접 생성하는 마이닝(채굴)에 대규모 작업장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채굴 전용 PC을 조립하며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서는 CPU(중앙처리장치)보다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성능이 중요해짐에 따라 고성능 GPU 그래픽 카드가 시장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가격 또한 급등했다. 심지어 채굴을 위한 고성능 GPU 그래픽 카드를 구하기 위해서 웃돈을 주고도 순번을 기다려야할 정도다.

26일 PC 부품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채굴용 GPU로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의 수급이 최근들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가격 또한 소폭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뜨거웠던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 화폐로 거대한 암호 더미에서 암호를 풀어 정답을 도출한 후 맞춘 정답에 따른 보상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 보상이 바로 '코인'이다. 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암호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 암호는 고난이도의 문제를 풀어야만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저난이도의 문제를 많이 풀어야 된다. 즉,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

가상화폐 채굴에 효율적인 GPU...고성능 그래픽 카드 품절

CPU는 고난이도의 문제를 푸는데 최적화돼 있는데 비해 GPU는 저난이도의 쉬운 문제를 빠르게 푸는데 최적화돼 있다. 달리 말해 CPU는 PC 내부의 다양한 문제 처리를 위해 정수계산에 특화돼 있지만, GPU는 비디오 영상 처리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단순 반복적인 작업 처리를 위한 부동소수점계산에 특화돼 있다. 이 점이 바로 가상화폐 채굴에 GPU가 더 효율적인 이유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격이 올해 초 오르기 시작하면서 지난 5월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1비트코인 당 400만원을 넘어서면서 비트코인을 직접 얻을 수 있는 채굴에 관심이 커지게 됐다.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서는 GPU가 CPU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PC 부품시장에선 엔비디아의 GTX1070, GTX1080, GTX1060과 AMD(ATI)의 RX580 등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품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GTX1080의 경우 시장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며 GTX1070과 RX580 역시 50만~60만원을 상회하는 하이엔드급 그래픽 카드이다.

PC 부품 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급 그래픽 카드의 경우 소수의 매니아 층을 위한 제품으로 실제 판매량은 높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폐 채굴에 효율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초고가 제품의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2017년 상반기 그래픽카드 매출 및 판매량 증감 (자료=에누리)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누리 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채굴용 그래픽 카드 중 인기를 끌었던 GTX1060의 경우 4월 기준 25만원대에서 6월 중순 42만원대까지 급상승했다가 7월 중순(18일) 기준 35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GTX1060과 GTX1070의 품절 사태로 보급형 그래픽 카드인 GTX1050도 지난달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했는데, 기존 최저가 19만원대에서 6월 중순 28만원대로 폭등했다가 현재 20만원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상화폐 시세 급등과 함께 지난달 고성능 그래픽 카드 판매는 1월 대비 86% 상승했으며, 매출 비중도 올 상반기 29.2%를 기록하는 등 가상화폐 채굴 증가에 따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에누리 가격비교 담당자는 "지난달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많은 소비자들이 전력효율이 높은 그래픽 카드를 중심으로 구매하면서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을 기록했다"라며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그래픽카드 신규수요도 점차 줄어들어 시장이 안정화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 가시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채굴 열풍 아직 계속...그래픽 카드 판매 상황 주시해야

그래픽카드 판매량 추이 (자료=다나와)

다나와의 7월 3주차 그래픽 카드 판매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 불었던 6월 1주차 대비 95%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칩셋 별 판매량 점유율 추이 (자료=다나와)

류희범 다나와 기획마케팅팀 과장은 "6월 1주차에 비해 GTX1060의 판매량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결과는 GTX1060의 수급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대체재로 GTX1050과 GTX1050Ti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GTX1060의 물량이 부족해짐에 따라 GTX1050의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GTX1060의 수급이 이뤄지면서 GTX1060의 점유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가상화폐 채굴 열풍이 식어 고성능 그래픽 카드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그래픽 카드 판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산에 위치한 온오프라인 컴퓨터 쇼핑몰 아이코다 관계자에 따르면 "채굴 열풍이 불었던 지난달의 경우 실제 GTX1060과 같은 채굴에 인기있던 그래픽 카드는 물량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라며 "현재는 채굴 열풍이 어느정도 잠잠해진 상태로 소규모 물량은 구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대규모 물량은 아직 구하기 어려운 상태가 맞다"라며 "그래픽 카드 가격의 경우 아직 큰 변화는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채굴 열풍이 불었던 지난달에는 그래픽 카드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물량 부족 사태를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물량이 확보됨에 따라 원하는 그래픽 카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PC 부품 업계에서 보기에 아직 채굴 열풍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채굴장 등 대규모로 그래픽 카드를 구하는 쪽에는 물량 부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나라에 매물로 쏟아져 나온 고성능 그래픽 카드

한편, 국내 온라인 중고카페에는 최근 GTX1070 등 채굴용으로 사용했던 그래픽 카드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C 업계 관계자는 "채굴을 위해 사용한 그래픽 카드의 경우 단시간에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사용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 그래픽 카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고 그래픽 카드 구입시 주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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