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가 하청 대리점의 초고속인터넷 설치기사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부응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주요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회사는 우리 사회의 병폐 중 하나로 꼽혔던 비정규직 차별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SK브로드밴드의 이번 결정은 새 정권의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새 정권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공공기관에 이어 은행업계에서도 정규직 전환 추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81만 일자리를 약속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경제 선순환을 바라는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특히 52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치적 상황에 맞춘 생색내기용이라고 보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생색내기용이었다면 제대로 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이 국내 주요 대기업 고용구조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논평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설치기사 직접고용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노동계와 인터넷 민심도 대부분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론 기업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접고용에 따른 비용부담과 근무 유연성 제한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 등 그들의 주장이 틀리다고 할 수도 없다.

기자는 이날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와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업체의 대표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을 추가로 뽑기가 겁난다"면서 "일감의 양에 따라 비정규직 직원을 쓰고 있는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간 당장 내년에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국가일자리위원회에서 무작정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은 아니다. 업태와 그 특성에 따라, 특정업무를 상시적으로 해야하는 직군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응한다는 밑그림은 있다. 대기업에 비정규직 상한비율을 두고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거나, 반대로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기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 소식은 업무 형태나 규모면에서도 반길만 한 일이다. 방송통신 산업의 서비스 지속성과 안정성, 그리고 개인정보 등 이용자 권리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대기업 계열사의 대규모 전환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태의연한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갇혀서 사회정의를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기업의 본질적인 고용구조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고, 향후 진행과정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적 모순도 극복될 수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이 더 빨리 다가 올 것이다. 그러니 정규직 전환의 물꼬를 튼 SK는 국민적 응원을 등에 업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