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통신사들이 IPTV 서비스에 AI 등의 신기술을 융합하면서 유료방송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이 통신3사의 IPT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란 성급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홈 IoT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최근 자사의 IPTV에 AI를 융합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KT가 지난달 17일 선보인 ‘기가 지니’는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와 AI를 융합한 홈 비서다. 이용자는 TV를 보면서 채널 변경, VOD 재생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가 지니는 AI의 영역을 TV 화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KT 관계자는 “KT는 이번달부터 인공지능 기반 IPTV 셋톱박스 기가 지니 판매를 시작하며 연간 판매 목표치를 기존 3만대에서 4만대로 상향 조정했다”며 “KT 내부적으로 기가 지니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KT 인공지능 기반 IPTV 플랫폼 기가 지니

KT는 기가 지니를 통해 유료방송 업계 트렌드를 이끌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향후에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IPTV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86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점유율은 약 30%에 달한다.

SK텔레콤 또한 최근 자사의 AI 기반 스피커 ‘누구’를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 B tv와 연동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 B tv 셋톱박스와 누구는 근거리 무선 통신기술로 연결한다. 다만 아직은 UHD 셋톱박스와 같은 최신형 제품일 경우에만 연동이 가능하다는 제한이 있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IPTV에 AI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융합하기 시작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 IPTV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6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보면 케이블TV 업계의 매출액은 2015년 2조2590억원으로, 2014년 대비 3.7% 감소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의 매출액 비중 또한 47.9%로,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IPTV의 매출은 1조9088억원 기록, 27.4%나 증가했다.

이통 3사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KT는 IPTV 부분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IPTV를 포함한 미디어 매출이 2016년 1조6400억으로 전년보다 13.4%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매출은 전년 대비 33.3% 오른 8440억원이다. LG유플러스 또한 IPTV 부문에서 전년 대비 22.8% 증가한 61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IPTV 가입자도 크게 늘었다. KT는 IPTV 가입자가 지난해 49만명이 늘어 700만명대를 넘어섰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각각 48만, 27만 늘어난 396만, 255만명을 기록했다.

통신사의 융‧복합 서비스가 이같은 양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모여 신사업을 추진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사업자별로 규모나 경영상황, 사업 추진 의지 등이 달라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 개별 SO들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보니 신사업 논의 과정에서 동참할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현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를 중심으로 기존 방송서비스 사업에 더해 홈 IoT, 홈 케어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도어락과 CCTV 등의 스마트홈 서비스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선보이고, 차후 셋톱박스에서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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