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지난해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엔진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결을 벌인 이후 1년도 안돼서 AI는 우리 가정의 한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사들이 개발한 AI 기반 스피커와 셋톱박스 등이 선발주자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AI 단말기는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전례 없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AI가 우리의 삶 속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어떤 변화의 물결이 발생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AI 기반 제품들의 사용 용도가 아직은 제한적이어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이통사, AI 비서 대전 돌입

국내 AI 비서 시장의 포문은 SK텔레콤이 처음 열었다. SKT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AI를 기반으로한 스피커 ‘누구’를 선보였다. 누구는 출시 초기 음악 감상이나 날씨‧일정 안내, 알람, 타이머 등의 단순한 기능만 제공하다가 피자‧치킨 등 배달 음식 주문, T맵을 활용한 교통 정보 제공 등으로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인 Btv와 누구를 연동시키는 등 꾸준히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KT 광화문 스퀘어에 있는 기가지니 체험 부스

KT는 지난달 ‘기가 지니’를 선보이며 AI 비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가 지니는 누구와 마찬가지로 음악 감상과 일정 관리, 교통 안내 기능을 갖추고 있고 홈 IoT 기기 제어와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애초에 IPTV 셋톱박스와 융합한 형태로 단말기를 출시해 SKT의 누구와 차별화했다. 기존 KT의 IPTV 가입자는 월 2200원을 추가하면 기가 지니 셋톱박스로 교체할 수 있다. 기가 지니는 음성 명령으로 채널 변경과 VOD 재생, 볼륨 조정 등이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하반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LG전자의 블루투스 헤드셋 ‘톤 플러스’ 시리즈를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공급하는 기업인 ‘블루콤’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IPTV와 연결할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의 주력 사업인 홈 IoT와 연동하는 기능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보니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분석 결과,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11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통사별 인공지능 기반 단말기 비교. (자료=각 사)

AI 등장에 들썩이는 시장…‘영향 미미’ 지적도

시장은 반응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판매량이 4만대를 넘어섰다. 당초 내부적으로 목표로 삼았던 1만대를 훌쩍 넘은 수치다.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재고가 부족해 예약판매로 돌려야 할 정도였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예상을 뛰어 넘은 성과는 올해 SKT 조직 개편에서 누구 사업부의 신설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KT는 이달부터 기가 지니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KT는 연간 목표 판매량을 3만대로 잡았으나, 최근 4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KT 일선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KT의 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상품 자체가 좋지 않으면 영업하기 곤란하다”며 “그러나 이번 기가 지니 판매에 앞서 영업 담당 직원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결과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 나왔다. 기존 통신 상품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AI 비서의 등장이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AI 기기 활용도가 알람, 음악 감상, 뉴스 읽어주기 등 단편적인 기능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 팀장은 “현재 국내‧외 인공지능 비서 이용자들의 주 사용용도를 보면 알람, 음악 감상 등 단순 기능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3대 소비자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익스피리언’과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가 지난해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 에코 사용자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에코를 타이머 설정(84.9%, 복수응답)과 음악 감상(82.4%) 용도로 사용하는 이들이 주류를 이뤘다.

IPTV 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비서가 나왔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AI 기기를 IPTV와 연동해 음성으로 제어하면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것도 충분히 쉽기 때문에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국신용평가기관 ‘익스피리언’과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가 지난해 아마존의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 알렉사 사용자 1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진=익스피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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