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반 스피커 ‘누구’의 인기가 뜨겁다. 누구는 자체 개발한 AI 엔진을 기반으로 음악 재생과 날씨 및 뉴스 안내, 배달 음식 주문 등이 가능하다. 최근 T맵을 활용한 교통정보 서비스가 추가되는 등 신규 기능이 꾸준히 업데이트돼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누구는 지난해 9월 1일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4만대를 넘어섰다. 일 평균 300대가 팔린 셈이다. 당초 SK텔레콤측은 지난해 1만대 정도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1월 중순까지 재고가 부족해 예약판매로 돌려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예상치 못한 성공은 조직 개편에서 누구 사업부의 신설을 이끌었다.

최근 누구에 IBM의 인공지능 엔진 왓슨이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품질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박정호 신임 SK텔레콤 사장이 SK주식회사 C&C 대표로 재직할 당시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누구에 왓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확정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사진=SK텔레콤)

IBM의 왓슨은 데이터를 분석, 처리해 문제의 해답을 찾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학습을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 이미 의료‧금융 등 일부 산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AI 엔진 왓슨을 누구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누구의 성장에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에 왓슨을 적용하는 것은 단순히 기능적 측면의 향상만을 놓고 볼 문제는 아니다. SK텔레콤은 그간 누구 개발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다. 누구의 핵심인 AI 엔진을 자체 개발‧적용하는데 들인 직원들의 노고가 왓슨 도입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왓슨 탑재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왓슨이 SKT의 AI 엔진보다 우수하다면 오히려 SKT 입장에서 곤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존이 아니라 대체의 개념이 적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외국의 핵심 기술이 SKT 종합기술원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 왓슨은 종합기술원의 경쟁 상대인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에 프리미엄급의 AI 엔진이 아직은 필요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왓슨이 산업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음성 기반인 누구에 적용된다고 당장 달라질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SK텔레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사내 정치적인 문제와 누구의 성능 향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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