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 :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 : SK텔레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오는 7월 SK텔레콤 이커머스 자회사인 11번가에서 국내용 아마존 글로벌스토어가 오픈할 예정인 가운데, 이 사업 성과에 따라 아마존이 가져갈 11번가 주식의 가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11번가 신주인수권을 통해 지분을 아마존에 넘기는 것을 포함하는 협력을 추진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관련기사/[단독] 박정호 SKT 사장 美 출장 예정...아마존과 협력 논의하나)

11번가가 사실상 아마존 국내총판 대행을 맡는 상황에서 사업 성과가 좋을 경우 SK텔레콤은 11번가 주식을 좋은 가격에 아마존에 팔 수 있다.  아마존은 11번가 지분을 30% 확보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번가 기업공개(IPO)가 2023년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아마존으로부터 좋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물류망을 확충해야 하는 11번가 입장에서는 자금 확보 측면에서 절실한 상황이다.

28일 SK텔레콤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는 7월 아마존과 협력해 11번가 내 글로벌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복수의 IB 및 증권 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 11번가 내 아마존 글로벌스토어를 열 예정인데, 이때 아마존 온라인 스토어 성과에 따라 SK텔레콤이 아마존에 넘길 11번가의 주식 가격이 달라진다”며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11번가 아마존 스토어 프로모션 및 마케팅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과거 11번가에 국민연금의 자금을 수혈하는 과정에서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 때문에 11번가 등 이커머스 사업을 크게 키우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SK텔레콤은 현재 11번가의 지분 80.2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SK텔레콤은 11번가의 물류망 확충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아마존에게 좋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 자금을 유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K텔레콤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계기로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 80.01%의 지분을 3조4404억원의 가격에 인수한 것처럼 11번가 역시 성장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신세계그룹은 국내 2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 결제액은 20조원이다. SSG닷컴(4조원)을 더하면 네이버쇼핑(28조원)의 뒤를 바로 잇는다. 최근 급부상한 쿠팡(22조원)마저 넘어서게 됐다.

아마존은 예전부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관심이 많았지만 토종 기업 네이버나 쿠팡 등의 강세로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직접 진출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11번가와 아마존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져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아마존과 협력을 추진하고 아마존 상품을 11번가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아마존 글로벌스토어가 11번가 내에 입점해 7월에 오픈하게 된 것이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5400억원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비중이 크진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아마존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해외 직구 시장을 접수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2020년 이커머스 전체 거래액이 161조원이고, 그중에서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거래액은 2.5%에 불과한 4조1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해외 직구족 흡수만 가지고 네이버, 신세계, 쿠팡과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다.

다만, 11번가와 아마존의 전략적 제휴가 단순히 해외 직구를 넘어서 아마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드론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 무인 식품 시장인 아마존 프레시같은 서비스는 물론 비접촉 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원’같은 첨단 기술을 국내에 도입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윤풍영 SK텔레콤 코퍼레이트1센터장 부사장(CFO, 최고재무책임자)은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SK텔레콤이 개최한 기관투자자 및 증권사 대상 CEO 세미나 세션 3에서 “11번가의 경우 아마존과 사업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글로벌 상품 소싱, 구매허들 제거를 통한 직구 고객 기반 확대, 3분기(7월)에 관련 새로운 서비스(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할 것”이라며 “배송 역량 강화 및 구독 서비스 확대로 11번가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관련기사/[단독] 박정호 SKT 사장 "해외 SI 주주로 초청, 경영진에까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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