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삼국시대부터 20세기 유럽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의 수천년 역사는 격동의 시기였다. 여기서 인류가 얻은 교훈은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라는 것이다. 최근 IT 업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드햇과 마이크로소프트(MS)다. 자사 고유의 플랫폼을 강조하던 MS와 오픈소스 진영의 대표 주자인 레드햇은 그동안 대척점에 서며 도저히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협력관계로 돌아섰다.

최근 레드햇과 MS는 한국에서 글로벌 로드쇼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MS 애저에 레드햇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레드햇과 MS가 적에서 동지로 돌아선 관계라면 시스코와 EMC는 향후 SDDC(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 최근 IT 업계를 보면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사진=픽사베이)

시스코와 EMC는 각각 네트워크 장비와 스토리지 장비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그동안 V블록이라 불리는 ‘VCE’라는 합작법인을 세우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EMC가 시스코가 가진 VCE 지분 대부분을 흡수하고, 지난해 델의 EMC와 인수로 ‘델 테크놀로지스’라는 합작 법인이 생기며 앞으로 하이퍼컨버지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터프라이즈 B2B 업계 뿐 아니라 B2C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IT B2C 시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은 각각 ‘갤럭시’와 ‘안드로이드 OS’로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애플 아이폰을 견제하는데 성공, 모바일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 장순열 한국IDC 리서치 그룹 총괄 상무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으로 대표되는 트렌드 속에서 제품이면 제품, 산업이면 산업 등 비즈니스 변화가 일어나며 기존의 기업간 경쟁 및 동맹 관계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최근 IT 시장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VR(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의 이해관계를 달리하며 굳건한 협력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VR시장에서 구글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특히 사물인터넷 플랫폼 OS로 ‘타이젠’을 밀고 있다. 이에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플랫폼 우위를 가져가고 싶어하는 구글과 결국 치열한 경쟁 관계로 진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순열 한국IDC 리서치 그룹 총괄 상무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으로 대표되는 트렌드 속에서 제품이면 제품, 산업이면 산업 등 비즈니스 변화가 일어나며 기존의 기업간 경쟁 및 동맹 관계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며 “특히 과거 서로 전혀 경쟁 관계가 이뤄질 것 같지 않던 업계 및 기업간의 새로운 경쟁구도를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기업들이 각자 생존을 위해 비용절감과 시장 선점을 위해 모든 것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동맹과 적

갑자기 나타난 스마트폰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자사 플랫폼만을 고집하던 닌텐도는 결국 모바일 생태계를 받아들이며 콘텐츠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기존 서비스 업계 및 유통업계 등은 소셜커머스와 우버, 카카오 등 O2O 서비스의 등장으로 몰락의 위기를 맞는 시대다.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5G’,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모든 산업에 IT기술이 접목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변혁)’으로 하드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SW)기업으로 변모하고 SW 기업은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하며 기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시스코, 주니퍼, 화웨이 등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역량 키우기, IBM의 PC 및 서버 하드웨어 사업 매각과 레노버의 인수, 시만텍의 블루코트·베리타스 인수 및 분사 등 모두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디지털변혁으로 하드웨어 기업은 SW 기업으로 변모하고 SW 기업은 하드웨어 기업을 인수하며 기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특히 시스코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커넥티드 카’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고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해 미래형 자동차 개발 협업에 나서는 협약을 맺었다. 또한, 지난 7일 IBM과도 사물인터넷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시장 접근 컨셉이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국내 대기업 인프라 구축에 전념하던 SK(주) C&C, LG CNS 등 SI 기업들과 KT-SKT-LG U+등 통신사가 사물인터넷으로 야기되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빌딩 같은 신성장분야에서 당장은 컨소시엄을 맺는 등 협력관계에 가깝겠지만 향후 경쟁관계로 들어설 것이라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제프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은 "GE도 디지털 기업으로 가기 위해 2010년부터 많은 투자를 해왔다”며 “저성장시대에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으며 변동성을 걱정해 아무것도 안하는 기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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