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K하이닉스]
[사진: SK하이닉스]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SK하이닉스가 패키징 공정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 급증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이하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규 투자는 패키징을 위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과 TSV 기술 고도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제조 최종 단계를 확장·개선하기 위해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투자 총액을 14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패키징 부문 투자에 약 10%를 투자하는 셈이다. 

패키징에 투자하는 이유는 HBM 공급 때문이다. HBM은 기존 메모리 패키징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D램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칩 손상 및 열 관리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HBM 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로직칩과 HBM을 결합하는 패키징 공정을 함께 진행하면 고객에게 공급량을 기존보다 3배 늘릴 수 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여러 개의 반도체를 붙여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게 만드는 개념을 통칭한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는 4분기 컨콜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면서, "AI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제품의 양산 확대를 하거나 TSV 증설이나 필수 인프라 투자 등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D램 적층 구조에 따른 신호 전달 경로 차이 [사진: SK하이닉스]
D램 적층 구조에 따른 신호 전달 경로 차이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MR-MUF(Mass Reflow-Molded Under Fill) 기술을 HBM 패키징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패키징 투자는 보다 고도화된 'MR-MUF' 기술 개발 및 설비 확보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를 '어스밴스드 MR-MUF'라고 명명했다.

MR-MUF은 D램에 1024개의 초미세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후 적층한 다음, 칩과 칩 사이에 에폭시 밀봉재(EMC, Epoxy Molding Compound)를 주입해 굳히는 기술이다. 이후 반패키징 상태의 HBM이 된다.

이때 높이 한계 때문에 D램이 많이 쌓을수록 얇아지고 칩 사이 간격 또한 가까워진다. MR-MUF의 기술력에 따라 칩에 손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MR-MUF 이전에는 TCB(열압착본딩) 공정을 적용했다. MR-MUF이 액체를 녹여 굳힌다면, TCB는 용접이다. 그러나 TCB 공정은 칩 간 연결을 위해 뚫어둔 1024개의 구멍에 부착한 각 범프에 균일한 열압착이 어려웠다. HBM 성능 향상을 위해 D램을 적층할수록 고난도 작업이었고, 이 역시 반도체 수율 문제로 이어졌다.

MR-MUF 패키징 기술으로 만들어지는 12단 적층 HBM. 초록색 부분이 EMC 투입 후 굳어지는 부분이다. [사진: SK하이닉스]
MR-MUF 패키징 기술으로 만들어지는 12단 적층 HBM. 초록색 부분이 EMC 투입 후 굳어지는 부분이다.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어스밴스드 MR-MUF' 기술로 한 발 더 나아간다. 회사 측은 D램 8단 적층인 HBM3 양산 이후 12단 HBM3를 개발하기 위해 같은 높이의 HBM에 40% 얇아진 D램 칩 12장을 쌓아야 했다. 이 때문에 8단보다 간격이 13% 좁아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3단계를 거쳤다. 먼저 얇아진 웨이퍼가 휘지 않도록 제어하는 신규 기술을 적용했다. 이후 12단으로 쌓는 과정에서 칩과 칩 사이를 잇는 범프들이 고르게 연결되도록 강한 열을 순간적으로 가해 접합했다. 마지막으로 열전도율이 낮고 내열성이 있는 EMC를 칩 사이에 채워 넣었다

권종오 SK하이닉스 PL은 "어드밴스드 MR-MUF를 통해 기존 MR-MUF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생산성은 약 3배, 열 방출은 약 2.5배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패키징 분야 신규 투자는 MR-MUF와 TSV 기술 고도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적극적으로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정 설비를 확보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청주 공장에는 HBM 패키징 교육을 진행하는 등 후공정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이다. 미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은 연내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키옥시아와 협력해 일본 미에현 낸드 공장을 HBM 패키징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 56%를 가진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약 4조원 투자했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키옥시아 지분 약 15%를 보유했다.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첫 50년은 프론트엔드, 즉 칩 자체의 설계와 제조에 관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향후 50년은 백엔드, 즉 패키징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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