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IM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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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올해 반도체 산업이 AI 서비스 및 제품 수요의 급증에 힘입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기술적 특징으로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 후 판매하는 기존 반도체 생산 방식을 고객 맞춤 주문 형태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전환해 대응에 나섰다.

두 회사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모두 고객과 협력을 통한 HBM 공급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고객 맞춤형 HBM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로직 칩을 추가한 커스텀 HBM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HBM 공급 관련 "지난 10년간 고객 피드백을 꾸준히 HBM 사업 전반에 반영"했다면서 "고객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적기 공급 능력, 그리고 어드벤스드 패키징 등 기술 대응 능력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동시에 공급 관건이 고객과의 협력에 달렸다고 언급한 이유는 HBM 특징에서 비롯된다. 

HBM은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간격을 줄여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는다. 만들어진 HBM 칩은 GPU와 같은 로직칩과 함께 AI 반도체로 패키징된다.

패키징 과정에서 HBM과 로직칩을 실리콘 인터포저(interposer) 위에 배치시켜 칩 사이의 통신 속도를 높이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 시스템인패키지(SIP) 제품으로 공급된다.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범용 비즈니스로 생산 후 재고 조절로 운영되는 중앙 집중형이였다면, HBM의 경우 생산부터 패키징 후 최종 공급 단계에 이르기까지 공급자인 메모리 업체와 수요자인 GPU 설계업체가 협업해야만 마무리되는 커스텀 비즈니스인 셈이다

HBM을 이용한 2.5D 패키지 [사진; 한올출판사, SK하이닉스]
HBM을 이용한 2.5D 패키지 [사진; 한올출판사, SK하이닉스]

이러한 HBM 칩 비즈니스의 특성에 양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0%를 상회함에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HBM은 단순히 공급만이 아니라 패키징 과정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기존의 메모리 점유 집계 방식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50%, 삼성전자는 4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대규모 자본집약적 투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대로 HBM 시장이 수주형 방식으로 변화된다면 오히려 TSMC와 같은 위탁생산업체가 메모리 빅2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SMC는 HBM과 로직칩을 하나의 기판에 올려 한 개의 칩처럼 만드는 이종결합 기술 CoWoS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TSMC의 패키징 능력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공급 물량도 늘어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지난해 웨이저자 TSMC CEO는 "다수 고객사의 강력한 수요로 매출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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