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반등할지 주목된다. [사진:셔터스톡]
국내 증시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반등할지 주목된다. [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2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지난 24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해 기업 가치 제고 및 투자자와의 소통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시가총액, 업종별 비교 기재 ▲ 이를 바탕으로 주주 가치가 높은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 상장이 주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의 '기업경영 변혁 촉진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1월 도쿄증권거래소(JPX)는 증시 부진, 기업 생산성 저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있는 개인저축계좌(NISA) 금액 한도 확대, 상장 기업에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3월부터 PBR이 1배를 히회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방안 제시를 요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배를 상회하는 기업에 보다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신설해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지난 달 15일에는 기업 가치 제고 방안 실시 이후 구체적인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 명단을 공표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해당 정책 시행 이후 1년간 일본에서 PBR 1 미만 기업 비중은 2022년 말 51%에서 2023년 말 44%로 감소했다. 닛케이225 PBR은 지난 1년간 약 30% 상승하며 34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일본 증시 수익률은 코스피 수익률보다 30% 더 높았다.  또한 지난 1년간 외국인의 일본 주식 순매수는 누적 7조엔(약63조원)을 기록했다.

이에 일본과 유사한 제도 도입으로 국내 주가 부양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일단 기대감이 더 큰 모습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 발표 이후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 달 30일 2500선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현물 시장에서 1조원, 선물 시장에서 6000계약(약 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현재 국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상장기업 주식 가치 평가 수준이 유사한 외국 상장 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 해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2월 주요 45개국상장 기업 주식 가치 평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에 불과했다. PBR 순위는 전체 45개국 중 41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1월 29일 종가 기준 MSCI 주요국 지수 기준 12개월 선행 PBR을 살펴봐도 전 세계 평균이 2.8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0.99배로 1배를 하회하고 있다. 국내보다 PBR이 낮은 국가는 홍콩(0.86배), 콜롬비아(0.85배), 아르헨티나(0.53배) 뿐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관련 "총선을 앞두고 증시 활성화 필요성이 커졌고 대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1분기에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가) 자사주 제도 개선과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도 함께 예고했으나 상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총선 전에 통과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핵심은 상법 개정 없이 거래소가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 공시가 강제성을 가질 경우 일본과 마찬가지로 PBR이 시총이 낮은 상위 대형주 성과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제도 개선뿐만이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많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소되지 못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도입 예정인 제도로 인해서 해소될 수 있다는 높은 기대감을 갖는 건 자칫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주식 시장은 제도 이외에 다양한 요인의 기업 가치가 결정된다. 기업 가치 평가의 기본적인 요소는 기업의 수익성과 상징성이기 때문에 기업의 본질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도 동반되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금융사의 ROE는 일본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ROE 제고보다는 주주 환원 정책 측면의 영향이 (주가 부양에)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연구원에서 제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융사의 자체적인 기업 가치 제고 노력에 대해 정책 당국의 스탠스도 PBR에 있어 중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법제도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자본시장 개선에는 일반적으로 법률과 함께 시장과 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러 법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나 법원의 역할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통제할 시장 참여자의 역할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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