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2024년 증권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2024년 증권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올해 증권업이 주가연계증권(ELS)와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위축으로 자기매매 수익 둔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위탁매매,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분야에서는 호실적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24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에 참석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 금융산업실장은 '2024년 증권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2023년 증권 업계는 금리 상승,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익 증가로 자기자본은 증가했다. 증권사 자기자본은 2023년 기준 79조원으로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늘었다. 반면 구조조정에 따른 점포 축소와 디지털 채널 강화로 임직원 수는 감소했다. 증권사 2023년 임직원 수는 3만8958명으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이 실장은 "2023년 경기 둔화에도 개인 참여 증가 등으로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부문 수익이 증가해 증권가 영업수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는 모두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위탁매매, IB 부문 수익 증가를 전망하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시 수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개인투자자 참여 증가세 완화로 수수료 수익 증가가 둔화됐다. 2023년말 활동 계좌수는 6920만좌로 전년 대비 약 550만좌 증가했으나 위탁매매 수수료율이 최근 3년 간 0.04%대로 유지돼 수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 올해는 증시 활성화 정책 및 경기 회복 기대로 개인투자자 참여가 늘면서 위탁매매 수익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 실장은 "올해 증권가 최대 화두는 수익 다각화인데 해외 직접투자 수요 증가하고 국내 토큰증권 상장 및 비트코인 ETF 발행, 중개 허용 시 신규 수요 증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매매는 ELS와 DLS 조기 상환 및 수요 위축으로 관련 발행이 감소할 전망이다.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커져 관련 시장이 위축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퇴직연금과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산관리 수요 증가로 ETF 판매는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증권사 랩어카운트와 금전신탁 잔고는 금리 상승에 따라 감소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2023년 3분기 기준 10조원으로 고점이었던 2021년 4분기 대비 약 50조원 감소했다. 금전신탁은 같은 기간 64조원 줄었다.

이 실장은 "올해는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 증가로 랩어카운트와 금전신탁 규모가 증가할 전망이다. 일부 불건전영업 형태를 근절하고 고객 성향에 부합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B 부문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인수합병(M&A) 수요 증가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는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성 확대 및 기업 밸류에이션 하락, 대형 거래 부족으로 IPO와 유상증자 규모가 감소했다. 올해는 고금리 기조 일부 완화, 이월된 거래 재추진, 구조조정, M&A, AI와 친환경 투자 등 기업 자금조달 수요 증가로 관련 시장이 회복될 전망이다. 

이 실장은 올해 증권사 해외 진출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발행어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 기준 14개 증권사가 13개 국가에 69개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인데 수익 다각화 요구 증가와 정부의 해외 진출 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해외 진출이 활성화될 것이라 말했다.

해외 점포 사업 모델은 해외 고객 대상 한국물 투자 중개에서 국내 고객 해외투자 중개로 전환할 것이라 봤다. 

종투사와 초대형 IB는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에도 지난해 기업신용공여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조달을 늘려왔다. 올해는 고금리 일부 완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존 초대형 IB 기업신용공여 확대, 키움증권 등 신규 인가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 본격화, 대신증권과 교보증권 등 일부 중형 증권사가 추가 종투사 인가를 받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며 기업신용공여가 전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 실장은 "지난해 증권사들이 자본확충 등 선제적 위험관리로 인해 자본적정성은 양호하나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유동성 비율이 소폭 하락해 당분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증권사 개별 차원에서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 등을 통해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건전성 지표 악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올해 증권산업 이슈로 ▲부동산 PF 부실 ▲홍콩H지수 ELS 손실 ▲중~고금리 기조 유지 ▲디지털금융 가속화 ▲ESG 관심 증가를 꼽았다. 

부동산 PF 부실 관련해서 이 실장은 "PF 부실이 본격화되면 PF 채무보증 및 브릿지론 대출을 수행한 증권사 손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충당금 적립 확대, PF 익스포저 비중 축소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는 15조4000억원으로 관련 투자 손실은 4조~6조원으로 예상된다. 한때 증권사에서 ELS와 DLS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약 40%에 달했는데 은행 채널에서 ELS 판매가 위축되면 자금조달 위험이 증가해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이 실장은 "증권사 자금조달 창구를 주가연계채권(ELB), 파생결합채권(DLB), 환매주건부매매(RP) 매도, 기업어음(CP), 발행어음 등으로 다양화하고 고위험 회사채 편입 비중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증권사들의 저금리 시절 사업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고금리 기조 완화가 예상되지만 인하 시점에 따라 채권 매매 시 손익 변동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자기매매 비중을 축소하고 저위험 이자수익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기업금융, 자산관리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챗GPT의 선풍적 인기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속화되며 디지털금융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AI 애널리스트, 컴플라이언스를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실장은 "생성형 AI 법적 리스크에 대비하고 불확실헌 규제에 대응하면서 전사적으로 AI 개발을 위한 전문 인력 채용, 학습 데이터 확보를 늘리기 위한 유연한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거나 토큰증권(STO)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기후협약 이행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등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이 실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ESG 금융상품 개발, ESG 채권 발행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선물 시장 거래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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