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안정은 사장 타운홀 발표 모습[사진: 11번가]
11번가 안정은 사장 타운홀 발표 모습[사진: 11번가]

[디지털투데이 조믿음 기자] SK그룹이 11번가 콜옵션(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사갈 권리)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11번가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얼어붙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관측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K스퀘어 콜옵션 행사 만료 기한은 12월 4일까지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함에 따라 FI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FI들이 보유한 11번가의 18.18% 지분을 SK스퀘어의 의지와 상관 없이 동반 매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11번가 앞에 놓인 시나리오는 2가지로 보인다. FI들이 SK스퀘어 지분을 끌어와 매각되거나, IPO 약정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쿠팡을 제외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11번가를 매입하려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SK스퀘어는 지난 9월부터 큐텐과 11번가 지분 인수 협상을 논의했으나 기업가치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매각이 결렬됐다. 큐텐은 11번가의 기업가치를 1조원대 초반으로 거론했으나 SK그룹은 그 이상을 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SK스퀘어가 2018년 국민연금,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11번가에 대한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인전받은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대 였다. 

11번가는 최근 3년 동안(2020~2022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누적 기준 9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문제다. '사기 IPO' 의혹을 받고 있는 파두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상장 문턱을 높여아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번가는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11번가는 지난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신규 투자자 찾기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매각을 염두해두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11번가가 수익성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표명한 만큼 이번 희망퇴직은 내후년 턴어라운드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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