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슬로건 [사진;크래프톤 홈페이지 갈무리]
크래프톤 홈페이지 화면 [사진;크래프톤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크래프톤이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분쟁에 참전했다.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DARK AND DARKER)’ 지식재산권(IP) 가치에 집중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 시선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과거 테라의 탄생비화가 떠오른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크래프톤은 왜 다크앤다커를 품었을까. 

글로벌 이용자 사로잡았지만...넥슨과 분쟁에 뜨거운 감자된 '다크앤다커'

다크앤다크커는 지난 2021년 설립된 신규 개발사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한 PC게임이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던전을 탐험하며 괴물과 전투를 벌이는 던전 크롤러 장르의 게임으로 지난해 9월 스팀에 공개해 국내외로 호평받은 바 있다. 그러나 넥슨이 개발하던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외부로 무단 반출해 개발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넥슨은 법원에 다크앤다커 서비스를 막기 위해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또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설립자 A 씨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아이언메이스도 넥슨의 영업방해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가처분 결과는 오는 9월 중으로 나올 예정이다.

현재 넥슨의 요청으로 다크앤다커 스팀 서비스는 차단됐지만 아이언메이스는 이달 초 신생 플랫폼 채프게임즈를 통해 다크앤다커의 글로벌 서비스를 강행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을 받지 못해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사진:다크앤다커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다크앤다커 홈페이지 갈무리]

크래프톤 "다크앤다커 글로벌 IP 계약"...업계 "도의 어디갔나" 설왕설래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갑자기 크래프톤이 참전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4일 아이언메이스와 다크 앤 다 커 IP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독립 스튜디오 블루홀스튜디오의 신규 모바일 게임에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크래프톤도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분쟁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척한 원작 IP이기에 유사한 게임들이 나올 가능성을 대비해 원작 IP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는 설명이다. 즉 분쟁과 상관없이 원작 IP의 가치에 집중했다는 것. 

소송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은 “원작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다양한 평가와 함께 향후에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3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며 “이와는 별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IP의 생명력이 계속 이어져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크앤다커를 품은 크래프톤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아이언메이스가 P3의 데이터를 무단 반출하지 않았다 해도 도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블라인드 앱에 따르면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다수의 게임사 직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과거 블루홀스튜디오(크래프톤 전신)와 엔씨소프트의 분쟁이 생각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 2018년 블루홀스튜디오에서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블루홀, 펍지, 피닉스 등의 현 개발 스튜디오 체제를 성립했다. 

블루홀은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약 8년간 엔씨소프트와 영업비밀 유출에 관한 소송 전을 벌인 바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3’를 개발하던 핵심 개발진이 블루홀로 이직해 ‘테라’ 개발에 참여했는데 이때 리니지 3의 영업비밀을 무단 반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재판부도 블루홀로 이직한 개발진이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고 판결했다. 

블루홀이 서비스할 테라 이미지. [사진: 크래프톤]
블루홀이 서비스할 테라 이미지. [사진: 크래프톤]

발등 불 떨어진 크래프톤...분쟁 결과 상관없이 IP 확보 가능성 점쳐

이처럼 크래프톤이 무리해서 다크앤다커 IP를 확보한 이유는 크래프톤이 성장 정체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크래프톤은 장기간 이어진 신작 부재로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무너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코스피 상장 이후 약 60% 넘게 급락했다. ‘넥스트 배틀그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블루홀스튜디오가 크래프톤의 아픈 손가락인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루홀은 지난 2022년 테라 서비스를 종료한데 이어 지난 3월 엘리온 마저 종료하면서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이 없다. 신작을 준비하고 있지만 차기작으로 내세울 뚜렷한 IP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크래프톤은 앞서 엔씨소프트와 분쟁을 겪었지만 테라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서비스 한 경험이 있다. 이에 다크앤다커의 분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IP 활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게임전문 변호사는 "과거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전신 블루홀 간의 법적분쟁이나, 최근 리니지 M 사건에서의 결론과 같이 다크 앤 다 커 사건 또한 최종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이번 크래프톤-아이언메이스 간 IP 관련 라이선스 계약이 그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보긴 힘들다"며 "앞으로 가처분 사건 결과에 따라 크래프톤이 다크 앤 다 커 의 IP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범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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