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사진: 포스코케미칼]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사진: 포스코퓨처엠]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잇달아 음극재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수요 확대로 중요성이 급증한 소재 공급망을 확충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라 높아진 탈중국 소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의도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같은 배터리 핵심 4대 소재 중 하나다. 리튬이온을 저장해 방출하는 역할을 하며 배터리 용량과 충전속도 등을 결정 짓는다.

현재 음극재 시장의 주도권은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흑연, 리튬 등 주요 광물 원산지를 매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공 경쟁력을 쌓아왔던 덕분이다. SNE리서치가 조사한 지난해 음극재 시장의 중국 기업 점유율은 무려 84%에 달한다.

그동안 음극재는 하이니켈화로 기회를 맞이한 양극재의 성장세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배터리 원가 차지 비중이 15%대로 40~50%을 차지하는 양극재 대비 낮았던 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이 이미 장악하고 있던 탓이다. 그러다 미국이 IRA를 발효하면서 탈중국 기조가 두드러지고, 고속 충전에 대한 수요가 올라오면서 국내 기업의 관심사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업계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흑연 음극재에 실리콘을 함량한 실리콘 첨가 음극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음극재에 실리콘을 첨가하면 기존 흑연 대비 에너지밀도와 용량이 증가하는데, 이렇게 되면 배터리 충전 속도와 출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분야에 두드러진 성과를 낸 기업은 대주전자재료다. 실리콘 산화물 음극재 첨가물을 양산해 LG에너지솔루션 등에 공급하고 있다. 공급된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로 제조된 후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등 프리미엄 차종에 적용된다. 대주전자재료는 높은 실리콘 음극재 수요를 고려해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현 5% 함량 수준의 1세대 실리콘 소재를 향후 7%로 확대하는 계획도 세웠다.

SK머티리얼즈와 미국 그룹14가 합작한 SK머티리얼즈 그룹14도 지난 4월 경북 상주에 연산 2000톤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이번 3분기 양산에 돌입하며, 향후 증설을 통해 2025년까지 생산량을 연산 1만톤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C도 지난해 투자한 영국 넥세온을 통해 15% 함량의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엔와이어즈와 지분투자계약을 맺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및 롯데벤처스 [사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프랑스 엔와이어즈와 지분투자계약을 맺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및 롯데벤처스 [사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난 16일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프랑스 스타트업 엔와이어즈 지분투자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 시장 진출에 나섰다. 엔와이어즈는 실리콘 복합물질(Si-C)을 개발하는 회사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번 공동 개발로 고성능 실리콘 음극재를 대량 양산, 관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LG화학은 흑연을 쓰지 않고 순수 실리콘으로만 이뤄진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 대비 가격이 매우 높고 충방전 반복 시 소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소재다. 이로 인해 업계는 5~15% 사이 소재를 함량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지만, LG화학은 이를 넘어 100% 순수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해 배터리 성능을 대폭 높이겠다는 목표다.

'탈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기존 흑연 음극재 생산량을 확대하는 사례도 있다.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이다. 그룹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세종, 포항 총 3개 공장에서 천연·인조흑연 연산 8만2000톤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30년 음극재 총 생산량을 연산 32만톤까지 높여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음극재 확장 전략의 밑바탕에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 방안과 기술 개선 등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포스코그룹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흑연 광산에 지분 투자를 통해 원료 수급 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가공할 기술도 자체적으로 개발 하고 있다. 인조흑연 원료인 침상코크스는 포스코퓨처엠 자회사 포스코MC머티리얼즈(옛 피엠씨텍)가 생산 중이다.

팽창이 쉬워 수명이 낮아 전기차용으로 쓰기 어렵던 천연흑연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저팽창 기술을 개발, 올해 양산에 돌입했다. 그룹은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을 통해 차세대 제품인 실리콘 음극재에도 진출해 음극재 전 포트폴리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극재 기업인 엘앤에프는 일본 미쓰비시 케미칼 그룹과 손잡고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값이 싼 천연흑연 음극재를 인조흑연 음극재와 견주는 성능으로 높여 신사업 활로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후발주자로 음극재 신사업에 뛰어든 만큼, 자사와 미쓰비시 케미칼 그룹이 확보한 고객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엘앤에프의 핵심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미쓰비시 케미칼 그룹은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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