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전동화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11조원 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한편, 수소·자율주행·소프트웨어기반차량(SDV)·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도 추진한다.

현대차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대상 ‘2023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를 개최하고 새로운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재훈 현대차 대표(사장)와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김흥수 GSO 담당(부사장), 김창환 배터리개발센터장(전무)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현대차는 오랜 시간 자동차를 만들고 판매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속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총 109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중 33%인 35조8000억원을 전동화 관련 투자로 집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새롭게 제시했다. 올해 33만대를 판매할 계획인 가운데 2026년 94만대, 2030년 300만대 규모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목표 대비 2026년 10만대, 2030년 13만대 상향된 수치다.

이같은 목표 달성시 현대차와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 비중은 올해 8%에서 2026년 18%, 2030년 34%로 상승한다. 특히 2030년 미국, 유럽, 한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비중은 전체 절반을 넘는 53%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같은 전기차 판매 목표를 달성키 위한 핵심 전동화 전략을 '현대 모터 웨이'로 명명했다. 전통 자동차 기업으로의 강점을 미래 경쟁력으로 승화해, 전동화 시대에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대차가 내세운 '현대 모터 웨이' 전략은 크게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도입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 ▲ 배터리 역량 고도화 및 전 영역 밸류체인 구축 추진 등 3가지로 나뉜다.

우선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를 완성하고,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도입한다.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를 통한 차량 개발 체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가 극대화되는 체계를 일컫는다. 현행 플랫폼 중심 개발 체계에서는 동일 플랫폼 공유 차종끼리만 부품 공용화가 가능하지만,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에서는 전 차급 구분없이 공용 모듈 시스템 조합을 폭넓게 쓸 수 있다. 현재 선행 개발 공용 플랫폼 부품이 23개라면, 향훼는 86개 공용 모듈 시스템이 조합이 가능하다.

E-GMP를 잇는 2세대 플랫폼은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플랫폼을 통해 공용 개발 가능한 차급 범위가 소형부터 초대형 SUV, 픽업트럭, 제네시스 상위 차종을 아우르게 된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현대차 4종, 제네시스 5종, 기아 4종 등 13종 승용 전기차를 2세대 플랫폼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2세대 플랫폼 특징은 5세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고효율·고출력 모터 시스템 등 PE 시스템 탑재를 목표로 개발된다. 향후 각형 NCM 배터리를 포함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보조배터리를 활용한 주행 중 충·방전 기술을 적용하는 기반 기술도 확보한다. 인공지능(AI)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원격진단 기능을 추가, 열확산 차단 등 안전 기술도 적용한다.

두번째로 기존 내연기관 공장을 전환하거나 전기차 전용 공장을 만드는 전기차 생산 확대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기존 라인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혼류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전기차 수요가 크게 성장하는 주요 시장 내 별도 전기차 전용 공장도 함께 설립한다.

이를 위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미국에서 현지 공장 EV 생산 비중을 올해 0.7%에서 2026년 37%, 2030년 75%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공장에서는 2023년 7%, 2026년 30%에 걸쳐 2030년 54%까지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인다. 한국 공장에서는 2023년 14%, 2026년 24%에 이어 2030년에 전체 생산 중 36%를 전기차로 생산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고도화를 위해 남양연구소에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하고, 향후 10년 동안 9조5000억원 규모를 배터리 분야에 투자한다. 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SK온·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한편, 미국 솔리드파워·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등과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 향후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위해 유럽 내 합작법인 설립도 고려한다.

배터리 원료 수급에도 힘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배터리 합작법인 공급용 양극재의 주요 소재가 될 리튬 공급을 위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또 리튬, 니켈 등 주요 소재 확보를 위해 소재 업체와 다양한 협력구도 파트너십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폐배터리를 회수에 원소재를 재활용하는 체제도 구축한다.

새로운 차세대 배터리 개발 계획도 진행한다. 현대차는 올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차량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한다. 앞서 2021년 SK온과 체결한 하이브리드차량용 배터리 셀 공동 개발에 따른 협업 결과물이다. 이와 함께 LFP 배터리 셀·BMS 공동 개발, 배터리 관리 역량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도약을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수소사업 툴박스 구축을 추진해 수소전기차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앱티브와 설립한 모셔널을 통해 자율주행 상용화 및 로보택시 사업 확대도 강화할 예정이다. 포티투닷(42dot)과의 SDV 개발 체계 전환,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로봇 사업, 미국 법인 슈퍼널을 통한 AAM 실증 등도 함께 병행할 계획이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는 전동화와 미래기술에 대해 어떠한 글로벌 회사보다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앞으로 전동화 톱티어(Top-Tier)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현대 모터 웨이’는 수많은 현대차 임직원들이 축적해 정립한 혁신 DNA가 구체화된 모습으로, 새롭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