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지난달 24일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도요타(토요타; Toyota Motor)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합작법인(JV)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공급 형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확한 배터리 공급 물량이나 기간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양측 간 배터리 공급 논의는 이미 상당 부분 진전됐으며, 공식적인 계약은 올해 하반기쯤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하는 이유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도요타는 북미 자동차 시장 1위로 확고한 선두를 점하고 있지만 차량 전동화 부문에서는 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차량(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에만 집중해 온 전략 탓이다.

HEV 중심 전략도 올해 들어서며 변화가 생겼다. 중장기 대책으로 세웠던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시행에 따라 북미 내 전기차 침투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 와중에 일본 현지 법인 대상으로 판매했던 'bZ4X'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전기차 부문에서는 후발주자 위치가 됐다. 더욱 늦으면 주력 시장인 북미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면서 이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그동안 전기차용 배터리를 파나소닉에서 받아왔다. 합작법인 프라임플래닛에너지솔루션(PPES)을 통해서다. 다만 그 공급 물량이 하이브리드차량에 한정돼 있다. 또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을 집중해왔고, 지난해도 약 40억달러 수준을 투입해 캔자스시티에 테슬라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터라 추가적인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파나소닉은 현재 BMW, 스텔란티스와도 4680 배터리 등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계획이 진행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자동차 업계와 더욱 돈독한 동맹 관계를 맺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닛산을 고객사로 두고 있고, 지난해에는 상용차 기업인 이스즈와 공급 물량 협상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혼다와는 이미 미국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하며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도요타를 고객사로 끌어들이게 된다면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대부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공급 논의를 진행해왔다는 소식이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관련 언급이 나왔다. 당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도요타의 배터리 수주 논의에 대해 "잘 진행되는 걸로 안다"며 "협력 방식을 어떻게 진행할 지는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도요타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공급 형태로만 협력을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기에는 합작법인(JV) 형태의 공동 진출이 논의됐지만 배터리 공급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협력 방식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으나, 아직 도요타 내 전동화 생산 방식이 완전하지 않은 데 따른 결정으로 추정된다.

공급될 배터리 폼팩터는 원통형 배터리가 유력하다. 높은 배터리 양산 속도,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와의 호환, 확정되지 않은 전기차 플랫폼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만약 원통형 배터리로 채택이 확정된다면 양극재는 엘앤에프가 이를 독점 수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중 원통형에 들어갈 하이니켈 양극재를 대규모로 납품한 이력은 엘앤에프만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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