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대구 본사 [사진: 디지털투데이]
엘앤에프 대구 본사 [사진: 디지털투데이]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기업인 엘앤에프가 완성차 거래선 다변화에 나선다. 제품 판매 대상을 넓혀 테슬라에 집중된 단일 고객사 리스크를 낮추고, 미뤄졌던 북미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거래선 다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최 대표는 "현재 엘앤에프는 글로벌 기업 4곳과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해외 진출과 신규 고객사 등 진행 상황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배터리 출력과 에너지밀도 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기존 삼원계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로, 니켈 비중을 90%까지 높인 NCMA 제품도 양산하고 있다.

주력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하는 테슬라에 탑재되는 모델 3, 모델 Y 롱레인지 라인업용 배터리에 제품이 적용되고 있다.

주총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은 지난해 엘앤에프의 고객사 비중에 있다. 엘앤에프는 대다수 양극재 물량을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며 높은 단일 고객사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향 매출 비중은 76%에 이른다.

SK온·삼성SDI도 고객사지만 이들 기업으로의 매출은 구세대인 NCM622, NCM523 제품에 머물러 있으며 물량이 많지 않다. 테슬라에도 일부 파일럿 라인용 양극재 물량을 공급하거나 올해 초 직납계약을 맺으며 매출 비중을 넓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이 대다수 테슬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일 고객사 리스크는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최 대표의 고객사 다변화 발언은 높은 테슬라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출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고객사는 미국 포드나 독일 폭스바겐그룹이다. 포드는 SK온(에코프로비엠)과 CATL, 폭스바겐은 SK온·삼성SDI·노스볼트 등에서 배터리를 수급 받고 있다. 향후 북미 시장 내 전동화 침투율이 높아질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많은 배터리 물량이 필요해진다. 이때 기술력이 입증된 타 협력사와의 동맹 관계가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 혹은 직납 계약 체결로 진입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일본 파나소닉과의 밀월도 기대할 수 있는 가설 중 하나다. 파나소닉은 현재 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테슬라용 원통형 NCA 양극재 물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롱레인지 등 하이엔드용 라인업에는 엘앤에프를 쥔 LG에너지솔루션이 수주를 대거 확보한 상태다. 스미토모화학이 아직 니켈 90% 이상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있어, 앞으로 추가될 테슬라용 물량 대응을 위해 엘앤에프 제품을 채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엘앤에프는 파나소닉을 포함한 15개 기업에 양극재 샘플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 업계의 샘플 테스트는 협력사가 아닌 논바인딩(Non-Binding) 회사라도 진행하는 일반적인 절차다. 다만 탄력적인 배터리 수급 상황 및 북미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새로운 신규 계약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엘앤에프 R&D 센터 [사진: 엘앤에프 소개동영상 캡처]
엘앤에프 R&D 센터 [사진: 엘앤에프 소개동영상 캡처]

엘앤에프는 이미 지난 컨퍼런스 콜 당시 2025년 LG에너지솔루션 50%·자동차 OEM 30%·SK온 20% 매출 비중, 생산능력 국내외 총 43만톤 목표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배터리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앤에프의 신규 고객사 확보에 따라 이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양극재 기술 개발 로드맵도 공유했다. 롱레인지 모델 용으로 ▲2024년 니켈 95% 다결정 NCMA ▲2024년, 2025년 95% 단결정 NCMA 양산 체제 확립, 고전압 일반 모델 용은 ▲2025년 다결정 NCAM ▲2026년 단결정 NCMA 양산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현재 하이니켈 NCMA 양극재는 대부분 원통형 배터리에만 적용되고 있다. 화재 유발성이 있는 니켈 비중이 높아 생산성, 안전성이 높은 폼팩터에 주로 채용되고 있어서다. 이같은 양극재 로드맵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하는 파우치 배터리에도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시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엘앤에프는 보급형 모델용 신규 양극재 개발에도 돌입했다.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2025년까지 양산 체제를 갖추고 수요가 있는 자동차 기업에 대응할 계획이다. 또 LFP에 망간을 함유한 LMFP, 하이망간(LMO; Min-rich)을 2026년까지, CATL 등이 개발 중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극재를 2027년까지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 시기와 사업 모델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세부 사항이 발표되는 시점 이후 확정된다. 양극재가 핵심 광물로 지정되고 세액공제 혜택에 포함될 것으로 예견된 데 따른 결정이다. 해외 투자를 위한 자금은 보유 중인 자사주 270만주를 교환사채 등으로 활용하고, 국내외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한편 엘앤에프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재검토를 발표한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도 주력 양극재 공급사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엘앤에프가 테슬라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용 NCMA 양극재 납품 이력을 보유하고 있어, 해당 공장 고객사인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도 테슬라의 협력사를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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