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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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IT 및 게임 업계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일단락됐다. 이번 주총은 경기불황으로 인해 ‘경영 안정’에 방점을 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눈에 띄었다. 예년보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평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주요 IT·게임 업체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구성을 완료했다. 이들은 기존 경영진(CEO)를 재선임하거나 새로운 사내·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이사회 전문성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주총에서 네이버는 변대규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재선임하고 기존 이사회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안정을 택했다. 반면 카카오는 새 사내이사로 배재현 카카오 총괄투자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자문파트너 변호사를 선임해 변화를 택했다. 

이와 함께 양사는 공통적으로 이사 보수 한도를 80억원으로 감축했다. 어려운 대외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 경영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임 업계 주총 키워드는 대표 재선임과 이사회 구성이었다. 넥슨게임즈(박용현 대표), 크래프톤(김창한 대표), NHN(정우진 대표), 위메이드(장현국 대표) 등 주요 게임사 대표들은 이변없이 재연임을 확정했다. 이외에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은 새로운 사내 및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처럼 다수의 회사들이 대표를 재연임하고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한 이유는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와 경기 불황을 대비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큰 변화보다는 기존의 체제를 택해 경영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올해 주총에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커졌다는 평이 나온다. 각 회사 소액주주들이 정기 주총에 참여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 이와 함께 ‘주주환원 강화’, ‘경영진 책임론’ 등을 주장했다. 

특히 크래프톤, NHN 등의 소액주주들 연대가 눈에 띄었다. 크래프톤의 경우 김창한 대표와 장병규 의장의 재선임 추진 과정에서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이 반대를 던졌다. 주가 방어에 실패했고 그간의 신작 성과가 부족했다는 평이다. 이에 김창한 대표는 무능함이 지속될 경우 은퇴를 불사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 1679억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NHN의 소액주주들도 이번 주총에 참석해 낮아진 주가를 성토했다. 이들은 정우진 대표 임기 10년간 NHN 주가가 3분의 1을 밑돌았다며 재선임을 반대했다. 이어 주가 하락에 대한 경영진의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NHN 측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대표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도 주주들의 질타를 피해가진 못했다. 네이버의 경우 10대 학생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주주들이 참석해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배당 규모, 주가 하락 책임, 구체적인 사업 전략 등에 대해 질의했다. 카카오의 경우 제주도 본사에서 주총이 개최돼 ‘깜깜이 주총’이라는 비난을 올해도 피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IT·게임업계 주가가 파격적으로 올랐던 만큼 글로벌 정세가 불확실해지자 주가 하락 폭이 컸다"며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손실이 커지자 주주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주가 부양 요구 보다는 (회사를 향한) 장기적인 미래가치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질타라고 생각된다"며 "기업들 또한 주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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