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 SK하이닉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부회장)가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가 반도체 시장 핵심 열쇠로 꼽았다. 챗(Chat)GPT를 필두로 한 AI기술이 메모리반도체 부활을 이끌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대·중견·중소기업과 학계가 함께 협력해 연구하는 '트리니티 팹(Trinity FAB)' 구현 계획도 내놨다. 국내에는 없는 12인치(300mm) 웨이퍼 미니 팹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구축,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다.

SK하이닉스는 15일 박정호 부회장이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AI 시대,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AI 시대에 일어날 기술 혁신 중심에는 항상 메모리 반도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IT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 삶이 윤택해졌으며, PC와 모바일을 거쳐 클라우드 시대로 접어들고 각종 난제가 해결되고 있다"며 "그러다 AI 시대로 접어들며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 등 분야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가 변화의 중심에서 보이지 않는 혁신을 거듭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가 기술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다. 아이폰 모태인 아이팟(iPod)은 첫 출시 당시 하드디스크가 사용됐다. 하지만 메모리 기술이 발전하며 낸드가 이를 대체했고, 고속 읽기·쓰기와 저장용량 확대가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 혁신으로 이어졌단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지금 AI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화제의 중심인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시작으로 많은 빅테크 기업이 AI 챗봇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AI, 빅데이터 등 서버용 메모리로 최고속 D램 광대역폭메모리(HBM)을 개발한 바 있다. 또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등 관련 실적을 보유했으며, 시장 점유율도 1위를 달리고 있다. HBM3는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819GB에 달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박 부회장은 아울러 "CPU에 직접 연결되는 기존 메모리 용량 확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CXL 등 공유 메모리(Pooled Memory)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며 메모리가 가져올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위기를 맞이한 국내 반도체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제언도 나왔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6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최근 세계 각국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IT 기술 진화에 있어 필수 부품인 메모리는 영속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떄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 육성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노력 ▲미래 기술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시급한 문제로는 인재 확보를 꼽았다. 현재 예상으로는 2031년 학·석·박사 기준 총 5만4000명 수준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지역 거점 대학에 반도체 특성화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와 국가 균형 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소부장, 학계가 함께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할 플랫폼으로 미니 팹(Mini FAB) 구축도 제안했다. 전 세계 반도체 강국들은 연구와 테스트를 위한 12인치 기반 미니 팹을 보유해 반도체 기술을 경쟁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국내는 8인치(200mm)기반 미니 팹만 보유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2027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내에 미니 팹 성격의 300mm 기반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계획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서버용 D램이 DDR4에서 DDR5로 전환되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누적 29.2TWh의 전력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약 1167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국 반도체가 고효율·고성능 제품 개발로 지구와 인류에 기여하고, 이러한 리더십이 다시 업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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