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모델 챗GPT(ChatGPT) [사진: 셔터스톡]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모델 챗GPT(ChatGPT)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반도체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반전을 노린다. 서버 시장 내 DDR5 전환에 따른 수요 대응을 비롯해 챗GPT로 촉발된 생성 인공지능(AI)용 HBM3를 통해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전 IT 전방산업 수요 급증과 서버업체의 설비투자 경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엔데믹 이후 수요 급감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4분기는 서버 고객사의 연말 재고 조정, 2021년 인수 완료한 솔리다임 영업권 상각 등 회계손실 여파로 2012년 3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를 냈다. 

올해 상황도 여의치 않다. 모바일, PC 등 소비자용 제품에 탑재되는 D램 수요가 살아나지 않았고, 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인 모바일용 D램 비중이 2019년 41%에서 지난해 38.5%로 내려간 것으로 관측했으며, 올해는 36.8%으로 하락세가 지속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D램 평균 가격도 전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캐시카우로 떠오른 서버용 D램은 성장세를 거듭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2019년 32.2%였던 메모리반도체 비트 출하량 내 서버용 비중이 지난해 34.9%로 올랐고, 올해 37.6%로 모바일 D램 비중을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영향력과 챗GPT로 시작된 AI용 D램이 하반기부터 점차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메모리 하락세 덮은 챗GPT 열풍…하반기 수혜 가능성↑

지난해 11월 등장한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챗GPT는 대화형 AI챗봇이다. 자연어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사용자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쌓인 데이터는 딥 러닝을 통해 학습돼 성능이 점차 개선되는 형태다. 이같은 점으로 인해 문서 작업, 이미지 분석, 서비스, 자율주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현재 챗GPT를 구동하는 데 쓰이는 핵심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챗GPT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A100', 'H100' 칩을 통해 구현된다. GPU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대비 데이터 연산 처리 능력이 뛰어나, AI 등 데이터 처리량이 많은 기술 구현에 쓰이고 있다.

메모리는 GPU가 처리한 연산을 기록하거나 데이터 누락을 방지하며, 더욱 빠른 읽기/쓰기 성능을 위해 가상 공간에 저장하기도 한다. AI와 같이 연산할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성능 메모리 수가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챗GPT를 구현하는 엔비디아 GPU에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한 고성능 메모리가 탑재된다. '다운턴(Down turn, 하락구간)'에 들어선 메모리 업계가 AI 업계의 설비투자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는 챗GPT를 필두로 AI 열풍이 반도체 업황을 바꿀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수요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AI 구현을 위한 서버업체 투자가 하반기 램프업(Ramp-up, 증산)될 인텔의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와 함께 메모리 수요 상승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도 AI향 메모리 적기 대응 준비에 한창이다. 당장 재고자산 급증으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50% 줄이고 웨이퍼 감산에 돌입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DDR5 등 차세대 투자는 그대로 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반기 서버용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4세대 HBM D램 'HBM3'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4세대 HBM D램 'HBM3' [사진: SK하이닉스]

HBM3, 올 하반기부터 생산 확대될 듯…서버용 SSD 등도 관심

AI 수요 대응을 위한 SK하이닉스의 핵심 열쇠는 HBM3가 쥐고 있다. 하반기 서버 시장 내 DDR5 D램 교체 수요가 커질 가운데, HBM3 등 차세대 제품 비중도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세를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3D 형태의 메모리 칩으로, 단일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성능을 현격히 높였다. HBM3는 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지난해 6월부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A100, H100 칩셋에 쓰이는 HBM3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부터 HBM3 생산을 위한 장비 도입 및 생산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발주 요청한 협력사들의 제품이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어서다. 실질적인 양산 및 비중 확대는 내년 이후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챗GPT 구현을 위한 메모리 관점에서는 두 가지 포인트가 중요하다. 하나는 속도, 두번째는 용량이다. 이를 지원하려면 (데이터) 병렬 처리를 위한 고성능 D램과 고성능 컴퓨테이셔널 저장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HBM과 같은 고대역 메모리는 곧바로 활용이 되고 있다"며 "기존 서버 메모리 중에서 특히 128GB급 이상 모듈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추후 64GB에서 128GB로 넘어가는 전환 시점도 당길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가 적용되는 SSD 등도 하반기 본격적인 공급이 예상된다. AI 수요 상승으로 병렬 데이터 처리를 위한 저장장치가 필요해진 만큼, QLC 기반 SSD 수요가 늘어날 계기가 될 수 있다.

관련 수요가 상승할 경우, 인수 이후 실적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솔리다임의 제품 판매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솔리다임은 과거 인텔이 운영하던 낸드 사업부다. 지난 2021년 말 SK하이닉스에 인수됐다. 주력은 서버용 SSD 제품으로, 당초 모바일 낸드 매출 비중이 높았던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시켜 줄 열쇠였다.

하지만 지난해 메모리 수요 급감 등 업황 둔화가 영향을 미치며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4분기 솔리다임 관련 영업외손실 1조5500억원이 반영되며 부담을 키웠다. 낸드 가격 하락세가 솔리다임의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인수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2025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로는 솔리다임의 설계자산(IP) 및 기술이 모두 이전돼 본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만약 올해 하반기 서버용 SSD 수요가 반등해 손실 분을 축소한다면, SK하이닉스의 M&A 잔여금 납입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일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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