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윈터 [사진:셔터스톡]
크립토 윈터 [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올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한때 가상자산 전체 시총 6위까지 기록했던 테라-루나가 지난 5월 붕괴한 이후 쓰리애로우캐피털, 셀시우스, 보이저디지털 등 상당수의 가상자산 업체가 파산했다.

11월에는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곳으로 꼽혔던 FTX가 파산하며 시장 침체와 함께 블록파이, 디지털커런시그룹 등 다수의 관련 업체 역시 위기에 처했다. FTX로 인해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OKX 등 다른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대형 거래소들의 입지도 불안해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NFT와 P2E 대표주자로 부상한 메타콩즈와 위메이드가 법적 공방을 펼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에 국내외 가상자산 규제 방향도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방지 등으로 한층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테라·루나부터 FTX 파산까지…가상자산 시장 위축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업계 악재 등으로 맥을 못췄다. 1월 1일 미국 장 마감 기준 4만6210달러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12월 22일 기준 약 64.6% 하락한 1만6358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1월 대비 약 66.8% 하락한 12월 22일 기준 1249달러 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021년 12월 31일 기준 55조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11월 말 기준 22조~23조원 수준으로 약 60% 급감했다.

이런 가상자산 시장 위축에는 테라 루나와 FTX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업체의 도미노 파산 여파가 컸다. 

지난 5월 8일 테라 블록체인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가 누군가의 공매도 공격으로 1달러 연동에 실패하면서 시가총액이 1주일도 되지 않아 58조원이 증발했다.

테라USD의 1달러 가치 연동을 위한 쌍둥이 스테이블코인이자 테라 생태계의 거버넌스 토큰인 루나 가격마저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만에 30달러에서 0.01달러로 99% 하락했다. 테라가 무너질 당시 테라USD 지급준비금 마련 및 관리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당시 비트코인을 7번째로 많이 보유한 고래였다.

루나 가격이 5월 7일에서 5월 13일까지 일주일도 안 되는 새 99% 이상 하락했다. [사진:a41]
루나 가격이 5월 7일에서 5월 13일까지 일주일도 안 되는 새 99% 이상 하락했다. [사진:a41]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는 테라USD 1달러 연동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던 비트코인을 모두 매각했고, 이로 인해 당시 비트코인은 3만8000달러에서 3만달러 선까지 약 20% 하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쓰리애로우캐피털을 비롯해 루나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벤처캐피털들 역시 큰 피해를 입으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쓰리애로우캐피털은 루나에 2억달러 상당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를 그대로 잃어버리며 결국 파산했다.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업체 보이저 디지털은 쓰리애로우캐피털에 채무불이행을 통보하며 지난 7월 파산을 신청했다. 

테라 붕괴 이후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더리움 2.0 스테이킹에 예치된 스마트 컨트랙트 토큰화한 코인(stETH) 역시 이더리움과 가치 연동이 깨졌다. 이를 통해 stETH의 중복 담보로 많은 레버리지를 기록한 셀시우스 파산설이 돌았다. 셀시우스는 포트폴리오에서 stETH 담보 비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자 셀시우스는 지난 6월 13일 모든 출금 및 거래를 정지했고, 직원 150명을 해고했다. 셀시우스는 재무 건전성을 위해 메이커다오에 빌렸던 다이 코인을 전액 상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7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국내에서도 테라 루나 붕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테라 루나 피해자는 약 28만명이며,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루나 코인은 700억개에 달했다.

이후 검찰은 테라 루나 붕괴 사건 조사에 착수, 루나와 테라USD 설계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비롯한 6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및 사기죄로 구속하고자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권 대표의 계좌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계정을 동결했고, 여권을 무효화했다. 또한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려 현재 그가 싱가포르를 떠나 세르비아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검찰은 권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 설립한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역시 수사 중이다. 이달 초 검찰은 법원에 신 대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FTX는 지난 11월 코인데스크가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제표 중 대다수가 FTX 코인(FTT)과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전 대표와 연관성이 있는 가상자산들이라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한 이후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FTX 코인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FTX 코인런이 발생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난센에 따르면 11월 8일 하루에만 FTX에서 6억5300만달러가 인출됐다. 도중에 잠시 바이낸스가 FTX 인수에 나선다고 밝혀 분위기가 전환되기도 했지만 11월 10일 바이낸스가 인수 포기에 나서며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결국 11월 7일 이후 알라메다와 FTX에서 총 30억달러(3조8430억원) 이상이 유출됐다. FTX의 스테이블코인과 이더리움 보유량은 99.9% 급감했다.

FTX 파산 이후 실리콘밸리 4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세콰이어 캐피털은 37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FTX 투자에 참여한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은 약 394조원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FTX 투자사로 이름을 올린 소프트뱅크 역시 13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대출 업체 블록파이는 지난 1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FTX로 인해 디지털커런시그룹의 자회사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그레이스케일 역시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한도를 넘어선 출금 요청 때문에 출금 및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디지털커런시그룹 자회사 그레이스케일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펀드(GBTC)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50%를 넘는 등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제네시스가 자산을 운용 중인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이자 지급이 지연되는 등 국내에서도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메타콩즈·위믹스 사태…투자자 보호 중요성 부각

이런 악재 속에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올해 소송으로도 시끄러웠다. 한때 클레이튼 1위 NFT 프로젝트였고 현대자동차, 넷마블 등 다수의 대기업과 협업한 메타콩즈는 경영진 간 내부 갈등으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지난 5월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체인을 이관한 메타콩즈는 바닥가가 계속 떨어지더니 7월 이강민 대표와 황현기 이사, 대주주인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간의 내분으로 내홍을 앓았다.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직원 임금 체불, 협력사 수수료 갈취, 배임, 횡령, 성매매 의혹 등 여러 내부고발이 이어지며 국내 최대 NFT 프로젝트란 이름은 땅에 떨어졌다.

글로벌 P2E 게임 미르4를 통해 지난 2021년 4분기 월별 활성 이용자수(MAU) 620만명을 기록했던 위메이드는 자체 발행 가상자산인 위믹스 유통량 이슈로 상장 폐지되며 물의를 일으켰다. 위믹스를 상장했던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가상자산 거래소는 ▲부정확한 유통량 계획 정보 ▲투자자들에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한 자료 오류 및 신뢰 훼손을 이유로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위메이드 측은 4개 거래소가 포함된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DAXA)가 담합해 부당한 처분을 내렸다고 법원에 상장 폐지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위믹스가 거래소에 제출한 16차례 유통량 관련 소명 자료 모두 유통량 표기가 달랐다. 이에 법원은 거래소의 손을 들어주고 위믹스는 그대로 상장 폐지됐다.

법원이 위메이드가 말한 '유통량 위반 문제를 해결했으니 상장 폐지 자격이 없다'라는 주장을 지적하고 있다. 위믹스 유통량 소명 자료가 항상 달랐기 때문에 업비트의 상장 폐지가 정당했다는 내용. [사진:법원 판결문 갈무리]
법원이 위메이드가 말한 '유통량 위반 문제를 해결했으니 상장 폐지 자격이 없다'라는 주장을 지적하고 있다. 위믹스 유통량 소명 자료가 항상 달랐기 때문에 업비트의 상장 폐지가 정당했다는 내용. [사진:법원 판결문 갈무리]

국내외로 이처럼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신뢰 훼손이 심각해지자 각국 규제당국은 가상자산 규제에 고삐를 쥐는 모습이다.

국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유럽연합이 제정한 가상자산 단독법안 미카(MiCA)와 미국 가상자산 규제 방침을 참고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카는 빠르면 2024년 초 시행된다. 미카는 가상자산 발행 업체, 서비스 제공업자에 대해서도 사업자 인가 및 등록부 작성, 건전성 규제, 지배구조 규제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고객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내부자거래 및 시장 조작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가상자산 규제체계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으로 현재 거래 중인 가상자산은 기존 법령을 적용해 규제하고 있다. 미국 금융안정감시협의회(FSOC)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에도 동일 업무·동일 위험·동일 규제라는 원칙을 권고했다. 향후 가상자산 발행 업체 및 관련 사업자에 대해 기존 금융기관가 유사한 감독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당초 연내 발의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야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12월까지 관련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증권형, 비증권형 코인 구분 기준, 가상자산 주석 공시 강화, 이용자 보호·불공정 거래 방지 등이 담긴다는 틀은 잡힌 상태다.

2023년에도 ‘크립토 윈터’는 계속된다

내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거시 경제와 동조화 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년에도 시장에 유동성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내년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코인베이스는 2023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부채 축소로 인해 알트코인 투자 의지가 심각한 영향을 받았으며 회복하는데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 2023년 하반기까지 현재 가격 수준이 유지될 수도 있다”며 크립토 윈터가 계속될 거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입지가 불안해진 것도 크립토 윈터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5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2조8358억원) 62.7% 감소했다. 빗썸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7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누적 매출액은 1조99억원 대비 약 72% 감소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116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정리 해고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준비금 증명으로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공개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준비금이 고객 자금 대비 3%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마자르를 비롯한 4대 회계법인이 모두 바이낸스 회계감사를 거부했다는 점이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후 게이트아이오, OKX, 크립토닷컴 등 다른 중앙화 거래소에서도 출금량이 증가하는 등 악영향을 미쳤다. 

가상자산 정보 제공 플랫폼 쟁글은 “크립토 윈터가 장기화되며 거래량이 하락하고 있어 2023년에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본다. 또 시장 침체로 유동성이 큰 거래소로 몰리는 만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거래소들은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통한 생존 경쟁에 나설 것이다"고 예상했다.

한편,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셀프 커스터디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내년 개인지갑 활용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탈중앙화 거래소(DEX) 거래량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사진:쟁글]
탈중앙화 거래소(DEX) 거래량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사진:쟁글]

더블록에 따르면 2022년 11월 30일까지 DEX 거래량은 1375조원으로, 2020년 전체 거래량인 179조원보다 약 665% 증가했다. 올해 DEX 전체 현물 거래량 비중은 중앙화 거래소 대비 약 11%에 달했다. 이와 관련 쟁글은 "DEX의 성장이 중소형 중앙 거래소의 입지를 더욱 좁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메타마스크가 독점하고 있는 개인지갑 시장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내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내년에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상자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인데, 나이키·메타처럼 기존 가상자산 지갑 연결을 지원하는 곳도 있지만 레딧처럼 자체 지갑을 도입하는 업체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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